[SW포커스] KT의 미래를 묻거든… ‘리틀 로하스’ 안현민을 보게 하라

사진=김종원 기자

 

“제 매력이요? 힘이 좋습니다(웃음).”

 

신예 외야수 안현민(KT)이 본인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올 시즌 첫 1군 선발 출전 기회를 잡더니 경쾌한 타격부터 빠른 발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미래 주전감’이라는 수장의 평가에 선수 본인이 직접 화답한 하루였다.

 

KT는 3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두산과의 주중 원정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8-3으로 잡아냈다. 이강철 KT 감독의 과감한 타순 구성이 주효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3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나선 안현민이다. 사실 이 감독의 레이더망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한 유망주다. 직전 시즌엔 부상 불운이 겹쳐 1군 16경기 출전에 머물렀고, 타율 0.200(25타수 5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시작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개막을 퓨처스리그(2군)에서 맞이했고, 4월 초 첫 번째 1군 콜업 기회를 받았지만 단 1경기 1타석 소화에 그치는 등 아쉬움이 컸다. 그 뒤 2군 무력시위를 거쳐 마침내 29일 재차 1군 무대로 돌아왔다.

 

2군 투수들의 악몽과도 같았다. 19경기 동안 타율 0.426(68타수 29안타)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270을 쳤을 정도다. 1군 등록 하루 뒤 곧바로 스타팅 기회를 거머쥐었다. 심지어 중심타선 한복판에 놓였다. 이 감독은 “방망이가 워낙 좋다고 판단했다. 한번 (원 없이) 쳐보라고 3번 타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KT 위즈 제공

 

1회 초 첫 타석부터 진가를 입증했다. 무사 1, 2루 기회서 두산 왼손 에이스 콜 어빈의 3구째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1루에 서 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주루코치로부터 두 손 가득 엄지척을 받은 장면이었다.

 

KT는 이 시기에만 3점을 얻어내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방송 중계를 통해 3구 타격 직전 ‘가보자’라는 혼잣말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기 뒤 만난 안현민은 “2구 스트라이크를 당한 뒤 오히려 ‘다음 공은 놓치지 않고 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 그때부터 속으로 계속 ‘이번엔 된다’ 되뇌었다. 그 간절함이 나도 모르게 실제 입 모양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즌 마수걸이 타점도 올렸다. 7회 초 1사 2, 3루에서 3루수 땅볼로 귀중한 쐐기 점수(6-3)를 보탠 바 있다. 이날 최종 5타수 1득점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상대 1선발 상대로 기죽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가져간 모습이 가장 큰 수확이다.

 

시즌 첫 선발 출전에서 3번 중책을 맡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입단 4년 차 2003년생 새싹에겐 다소 가혹할 수 있는 기용일 수도 있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도리어 배려를 받았다는 생각이다. 안현민은 “수비 부담 없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덕분에 떨지 않고 타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KT 위즈 제공

 

팀 내부의 기대도 크다. 이 감독 또한 “힘도 좋고, 발도 빠르다. 군 문제도 빨리 해결한 편이고, 미래 주전으로 키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안현민도 “힘만큼은 자신 있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근육질에 다부진 체격은 마치 탄력 넘치는 외국인 타자를 연상케 한다. 팀 동료 멜 로하스 주니어를 롤 모델로 삼아 ‘리틀 로하스’를 꿈꾸고 있다.

 

슬기로운 ‘익산’ 생활을 보냈다.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안현민은 “물론 (1군에) 빨리 올라오고 싶었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그 대신 2군에서는 스윙 메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집중했다. 나만의 타격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게 도움이 됐고,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1군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스프링캠프 이후 스윙 궤도를 바꿨다. 호주 1차 캠프 명단에 포함됐지만, 일본에서 열린 2차 캠프엔 초대받지 못한 바 있다. 이때의 교훈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예전에는 공을 그저 띄우기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장타를 의식하다 보니 정타가 잘 안 나왔다”며 “스스로에 있어 한계를 많이 느낀 시기였고 변화를 택했다. 들어서 치는 방식에서 더 눌러치는 스윙으로 가져가고 있는데,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1차적인 목표는 1군 생존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경기에 못 나간 날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안현민은 “그 감정에만 머무르고 싶진 않다. 벤치에 있더라도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내가 타석에 선다면 어떤 공이 들어올지, 어떻게 칠지 계속 상상한다. 그 느낌을 살려서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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