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의 존재감,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KT는 3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를 8-3으로 이기며 2연승째를 내달렸다. 수훈 선수는 단연 홀로 4타점을 뽑아낸 멜 로하스 주니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동분서주하며 팀의 대승을 이끈 주인공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내야수 황재균이다.
이날 KT는 김민혁(좌익수)-황재균(3루수)-안현민(지명타자)-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장성우(포수)-문상철(1루수)-권동진(유격수)-배정대(중견수)-장준원(2루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으로 두산 마운드에 맞섰다.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2번 타순이다. 황재균이 올 시즌 처음으로 2번타자로 출장한 것.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간만에 대량 득점을 뽑아내며 점수 가뭄을 해갈한 날이었다. 이 가운데 황재균이 수장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황재균은 멀티히트 맹활약을 펼쳐 마법사 군단의 돌격대장을 맡았다. 5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 성적을 올렸다. 경기 종료 후 이강철 KT 감독은 “황재균이 베테랑답게 2번 타자 역할을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한 배경이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황재균은 “1루든 3루든 어딜 가더라도 크게 걱정은 없다. 워낙 많이 해왔으니 수비적인 측면에선 자신 있다”고 밝혔다. 최근 KT는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내야 선수들이 와르르 이탈했다. 베테랑 김상수부터 허경민과 오윤석 등이 빠진 상황이다.
고참격인 황재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선수 본인도 여실히 느끼는 대목이다. “내야 수비 중엔 후배들을 다독거리면서 이끌고 있다”는 그는 “대화를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다. 일부러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김)상수나 (허)경민이, (오)윤석이 있을 때는 그런 게 없더라도 말없이 알아서들 하는 편인데, 지금은 상황 상황마다 선수들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분위기도 풀기 위해 기꺼이 나서고 있다. 이날 훈련에서도 ‘호주 캠프 5형제’ 후배들과 장난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내야수 강민성과 권동진, 천성호, 외야수 유준규, 윤준혁 등이다. 황재균은 환하게 웃으며 “그때 스페셜 조가 지금 1군에 다 있다. 이 선수들 긴장할 때가 종종 있는데, 장난치면서 좀 풀어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황재균은 허경민의 공백으로 3루수로 출전 중에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허경민은 최소 한 달가량 결장이 불가피하다. 황재균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경민이가 엔트리에서 빠지기 전에 ‘부상으로 빠진다’고 전화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버티고 있을테니 최대한 빨리 오라’고 답했다. 경민이가 없을 때 3루에서 열심히 하고, 돌아오면 다른 포지션에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시점 KT의 고민은 타선 부진이다.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29일 기준 0.659에 그치며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평균 회귀’를 외치며 조금씩 반등을 향해 나아간다. 황재균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는 “투수들이 너무 잘 막아줘서 고마운 마음이 있다. 타선이 부진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에버리지(평균)라는 게 있다. 지금은 팀 전체가 좋지 않지만 조금씩 좋았던 지점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팀 동료들과도 끊임없이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후배들이 흔들리면 선배들이 나서 다독인다. 황재균은 “베테랑 선수가 꼭 팀에 필요한 이유”라고 힘줘 말한 까닭이다. 제아무리 큰 풍랑 속에도 끄떡없는 KT는 베테랑의 힘으로 나아간다. 그 중심엔 단연 황재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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