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 대부’ 백종원 끝없는 논란…친근한 ‘백주부’ 분노 더 키웠다 [식(食) 예능, 문화가 되다]

사진 설명=요리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백종원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위생 논란 등 과태료 처분에 이어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연이어 예정됐다. 백종원은 전면적인 쇄신을 약속했지만 방영 예정이던 예능 프로그램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은 백종원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회의공간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 참석해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쿡방의 상징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백종원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지상파와 케이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를 상장하는 등 요식업 사업자로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백종원이 지금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자사 제품 품질 논란과 허술한 위생 관리, 회사 조직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몇 달 사이 여론이 급반전했다. 과거 언행 하나하나가 재조명되며 ‘국민 멘토’로서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제품 품질·위생 논란→방송사 갑질 의혹

 

사진=백종원 유튜브 채널

 

끝없는 논란의 시발점은 통조림 햄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더본코리아는 빽햄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그러나 경쟁 제품보다 비싼데도 돼지고기 함량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백종원은 “대기업보다 유통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기업 중심의 논리를 펼쳤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해명에 납득하지 못했고 결국 더본코리아는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백종원 유튜브 채널

 

빽햄을 시작으로 제품 품질 논란이 연이어 발생했다. 국산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농촌진흥지역에 공장을 둔 된장 제품에는 외국산 재료를 사용해 농지법을 위반했고,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홍보한 낙지볶음 제품의 마늘도 중국산이었다. 지역 농가를 돕겠다고 판매한 밀키트 제품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했다. 감귤 농가 살리기를 내세운 감귤 맥주의 실제 감귤 착즙액 함량은 500㎖ 한 캔당 0.032%에 불과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주요 생산 시설의 비닐하우스를 농업용 온실로 사용하겠다는 신고 용도와는 다르게 기자재 등을 넣어두는 창고로 사용돼 행정명령 사전 통지를 받고 철거당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사진=백종원 유튜브 채널

 

안전이나 위생 관리까지 도마에 올랐다. 백종원이 실내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통을 옆에 두고 요리하는 영상이 재조명돼 더본코리아는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2023년 충남 홍성 바비큐 페스티벌에서는 고기를 구울 때 농약 분무기로 소스를 뿌리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직원은 농약통을 등에 지고 소스를 살포했다. 2022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녹이 잔뜩 슨 엔진오일 드럼통을 개조해 바비큐 그릴로 사용하는 모습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이어졌다.

 

사진=백종원 유튜브 채널

 

최근에는 방송사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MBC PD 출신 김재환 감독은 자신이 지명하는 작가팀, 촬영팀 등 스태프를 넣으라고 백종원이 요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출연진 하차를 강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더본코리아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소속 임원이 면접을 가장해 여성 지원자를 술자리에 불러 불쾌한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것이 알려져 고용노동부 조사를 앞두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까지 21건의 민원이 접수돼 총 4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경찰은 위생 논란 등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친근한 전문가 이미지…대중 실망감 키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눈물을 흘리는 백종원의 모습.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을 통해 처음 대중 앞에 선 백종원은 인간미 넘치는 ‘백주부’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먹방 유행이 오면서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졌지만 백종원만은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 집밥 백선생, 백종원 클라쓰 등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업가뿐 아니라 셀러브리티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호통을 치고 때로는 눈물을 보이면서 자영업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 진정성을 어필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린 백종원. 사진-MBC

 

방송가 활약은 부메랑이 됐다. 쉬운 요리법을 알려주는 요리 선생님 역할과 더불어 실제 장사 현장에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친근하고 소탈한 언행, 지역 농가를 살리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 등은 두터운 신뢰를 줬다. 그런데 방송에서 식품 위생을 엄격하게 강조해왔던 것과 달리 본인은 위생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중은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위생과 법규를 잘 지킬 것으로 믿었지만 기본적인 규정을 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망감은 더 컸다. 또 소상공인을 돕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사 제품을 우선적으로 홍보하는 등 그동안 보인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했다. 지역축제 홍보영상물 제작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전면 쇄신 약속했지만…신뢰 회복 관건

 

백종원은 두 차례 사과문과 주주총회를 통해 연이은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조직과 업무의 전면적인 개선과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국회전자청원에는 위법 행위를 한 기업이 지역 축제를 이끌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달라는 이른바 ‘백종원 방지법’ 국민청원이 접수됐다. 이달 방영 예정이었던 ‘남극의 셰프’(MBC)는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는 첫 촬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종원이 예정대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전과 달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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