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발리볼, V리그 현주소는②] 이다현의 해외진출 시도 그리고 페이컷, 결과는 ‘C등급&이적’… 악용 가능성 없나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후,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 제공

 

모두가 깜짝 놀란 대형 이적, 그 이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가 마무리되고 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는 단연 미들블로커 이다현이었다. 뜨거운 감자였던 그의 거취, 예상대로 놀라웠다. 프로 데뷔부터 함께 했던 현대건설을 떠나 연봉 3억5000만원·옵션 2억원 등 보수총액 5억5000만원에 흥국생명으로 전격 이적을 택했다. 다수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고른 행선지는 인천이었다.

 

현대건설은 말 그대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 지난 시즌 연봉이 4000만원에 불과해 시장에서 유일하게 C등급(연봉 5000만원 이하)을 책정받은 매물이었기 때문. 덕분에 흥국생명은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 없이 직전 연봉의 150%만 지급하면 된다. 현대건설이 이다현 이적의 반대급부로 받을 보상금은 단 6000만원 뿐이다. 여자부 신인 최고 연봉이 5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흥국생명은 출혈 없이 대어를 낚은 셈이다.

 

이다현의 직전 연봉이 낮았던 이유는 따로 있다. 선수가 2023∼2024시즌을 마치고 해외진출을 타진했고, 현대건설은 이다현 없는 연봉 밑그림을 모두 그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이다현의 해외 진출이 불발됐다. 이미 팀 샐러리캡은 턱 끝까지 차오른 상황. 양측의 합의 끝에 연봉 4000만원(옵션 5000만원)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한 배구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계약 과정에서 미스를 했다고 본다.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너무 안일했다. 만약을 대비해 다른 선수들 연봉 협상을 하며 샐러리캡 여분을 확보해두든가, 혹은 그게 힘들었다면 이다현 복귀 이후라도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샐러리캡을 확보하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본다. 100% 미스”라는 의견을 전했다.

 

비단 이번 이다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있다. 바로 FA 등급제가 가지고 있는 제도의 허점이다. 의도적으로 선수가 FA 등급을 낮춰 타 팀의 구미를 당김으로써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준척급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영입에 보상 선수가 필요 없다는 점이 시장에서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과열 경쟁을 통한 몸값 부풀리기를 충분히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시절의 이다현이 점수를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V리그 사령탑 출신의 한 배구인은 “모 팀 감독을 맡던 시절, 실제로 어떤 선수가 자신의 연봉을 높이길 거부했던 경우가 있다”며 “이다현처럼 해외 진출을 시도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은 건 맞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안 나오리라는 법은 없다. 이러면 구단은 그 선수를 키우기 위해 쏟았던 5∼6년의 막대한 투자가 순식간에 허무한 결과로 남는 셈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배구계 관계자는 “흔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례로 인해 비슷한 페이컷 악용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구단에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구단 간 머리싸움은 원래 당연히 존재하는 법이다. 이정도 대처는 구단에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이다현의 경우, 지난해 연봉 협상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임했던 것은 아닌 상황이다. 이전에도 FA 등급을 위해 선수 본인이 연봉을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그로 인해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 그 때문에 아직 관련 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시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의 배구계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작은 리스크들도 세밀하게 살펴야 할 때”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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