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아인의 출연작 개봉 소식으로 여론이 뜨겁다. 과연 사고 친 연예인의 복귀는 언제부터 가능할까. 배우가 사고를 쳤다면 영화는 묻혀야만 하는 걸까.
유아인은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법정 구속돼 지난 2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검찰은 유아인이 집행유예를 받자 대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이병헌·유아인 주연의 영화 승부가 개봉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바둑기사 조훈현·이창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이 조훈현, 유아인이 이창호를 연기했다. 마약 혐의를 받는 유아인이지만 두 인물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편집할 수는 없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대신 홍보 단계에서부터 유아인을 모조리 삭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나름의 성공이었다. 2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승부는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해 손익분기점(180만명)을 넘겼다. 심지어 이날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발표한 제23회 디렉터스컷어워즈 후보 명단에 승부의 주연으로 유아인이 남자배우상에 오르기까지 했다.

유아인 주연작이 또다시 세상에 나온다. 6월3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하이파이브다. 유아인은 각막을 이식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 역을 맡았다. 2021년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려온 하이파이브가 승부의 성공에 힘입어 정면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공개된 영화 포스터에는 주연 5인방의 실루엣이 등장한다. 유아인의 이름도 그대로 명시돼 있다. 다만 영화 소개가 담긴 홍보물에는 유아인에 대한 설명을 다소 애매하게 담아놨다. 모든 것은 유아인의 잘못이다. 열심히 준비한 제작진은 1명의 잘못 때문에 개봉도 홍보도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사회면에 등장하고 나면 그제야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푹 숙여 잘못을 고백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만큼 돌아선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 줄 그들은 과연 알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 있었지만 찰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올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시즌2 타노스 역에 그룹 빅뱅 출신 탑을 출연시켜 역풍을 맞았다. 최고의 인기를 달리다 2017년 대마초 혐의로 연예계를 떠났던 인물이다. 황 감독은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여가 지났고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타노스 역에 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부터 연예인의 마약 문제는 있었고, 방송국조차 4년여의 출연정지 끝에 풀어주는 것을 보고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대중이 느낀 배신감과 팬들이 느낀 상처의 생채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조용히 자숙을 시작한다. 잊힐 때쯤 복귀하며 던지는 ‘연기로 보답하겠다’, ‘노래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 탑의 복귀에서 알 수 있듯 잊힐 때쯤은 너무나 주관적인 판단이다. 온라인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정보가 영구적으로 공개되기에 잊힐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복귀해 잘만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도 있다. 대중의 관심은 인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만 억울해’라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연예인의 운명이다.
반면 작품이 세상 밖에 나오기까진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필요하다. 관련된 수많은 스태프의 생계도 걸려 있는 일이다. 주연 하나가 사고를 쳤다고 해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이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후회하더라도 이미 버스는 떠난 후다. 이토록 뻔한 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가는 것부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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