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듯했지만, 한 곳이 어긋나 있다. 겉으론 매끄럽다. 하지만 톱니바퀴 하나가 자꾸만 헛돈다.
프로야구 두산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2번 타순이다. 1번 정수빈과 3번 제이크 케이브는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팀 타선 전체로 봐도 4월 들어 뚜렷한 상승세다.
하지만 효율성, 즉 실제 득점으로 이어지는 성과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파괴력을 더할 수 있는 순간마다 공격의 흐름이 미묘하게 끊기곤 한다. 개막 이후 줄곧 이어진 2번 타순의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퍼즐 한 조각을 찾는 것이 당면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시즌 개막과 함께 거포 김재환을 2번 타순에 배치하며 ‘강한 2번’ 구성을 그렸다. 하지만 김재환은 15경기 동안 타율 0.200(55타수 11안타)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570 등에 그치는 등 부진 속 퓨처스팀(2군) 조율 중에 있다.

이후 1군에선 여전히 어느 누구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이젠 강한 2번이 문제가 아니다. 두산의 2번 타순 OPS는 20일 기준 0.627로 리그 8위다. 득점 기회를 이어주는 능력이 아쉽다. 삼진(29개)은 리그서 두 번째로 많고, 출루율(0.304)에선 9위다.
곰 군단 2번을 둘러싼 앞뒤 환경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특히 4월 들어 정수빈과 케이브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경쾌하다. 기존 리드오프 김민석의 부진(9경기 OPS 0.427)에 재차 돌격대장으로 복귀한 정수빈은 올 시즌 22경기서 타율 0.321(78타수 25안타) 6도루 맹활약 중이다. 출루율도 0.426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 부침을 이겨낸 케이브도 중심 타선에서 힘을 보탠다. 3월의 부진(8경기 OPS 0.634)은 어느새 온데간데없다. 4월에만 7경기 동안 타율 0.483(29타수 14안타) OPS 1.159 등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타선 효율을 위해 이들을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테스트는 현재진행형이다. 두산은 지금까지 김재환(35타석), 추재현(19타석), 박계범(14타석) 등을 2번 타순에 중용한 바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기용된 카드는 박계범이다. 하지만 지난 18, 19일 잠실 KIA전 도합 8타수 1안타(2루타 1개) 1볼넷 4삼진 병살타 1개 등을 기록하면서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폼을 회복한 김재환의 복귀가 절실하다. 이 감독이 “김재환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1군 콜업이 임박했다. 그는 퓨처스리그 3경기 출전, 타율 0.111(9타수 1안타)을 기록 중이다. 콘택트와 주루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내·외야 유틸리티 이유찬의 공백이 아쉽다.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5월 중순 이후 돌아올 예정이다.
현시점 팀 내 가장 핫한 타자인 케이브를 2번 자리로 올리는 방안이 있다. 두산은 실제 20일 잠실 KIA전에서 케이브에게 스타팅 2번을 맡겼고, 그는 3안타 경기로 화답했다. 다만 중심 타순 해결사로서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벤치의 고뇌가 깊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밖에도 주로 대타로 나와 쏠쏠한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외야수 김인태 역시 후보다. 그는 4월 타율 0.350(20타수 7안타)을 치고 있다.
이음매가 단단하지 않으면 전체 균형도 흔들릴 수 있다. 2번 타순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 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울지 두산 타선의 무게중심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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