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확장하는 슈퍼 IP] 커지는 K-콘텐츠 성장세에 IP가 '金'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뉴시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30대 직장인 김윤서(가명)씨는 옆자리 승객의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즐겨보던 인기 웹툰 속 주인공이 게임 속에서 실시간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게임으로도 나왔나?’라며 놀란 김씨는 곧바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해당 게임을 다운받았다. 원작에 등장하는 헌터들을 직접 만나 싸우고 전투 전략을 짜는 재미에 빠져있다가 내릴 역을 놓칠 뻔했다. 김씨는 읽는 재미를 넘어 플레이의 재미로 자신의 여가를 확장했다.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이 금(金)인 시대다.

 

K-콘텐츠의 성장세가 커지면서 이러한 IP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잘 만든 슈퍼 IP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고, 이는 기업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

 

IP는 간단히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해 창출된 창작물, 발명물, 디자인, 상표 등 개인 또는 단체의 창조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속의 핵심용어다.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공업 소유권과 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으로 크게 나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K-콘텐츠의 산업 특성과 성장 요인을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K-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37조4000억원으로, 2010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2010년 32억3000만 달러에 그쳤던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2021년 124억5000만 달러까지 뛰었다. 11년새 약 285% 급등했다. 콘텐츠 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도 3.7%로 증가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높은 생산 유발 효과도 있다. 콘텐츠 관련 최종 수요가 1단위 증가할 때 산업 전반에서 1.572배의 생산이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64%는 콘텐츠 산업 내부, 36%는 타 산업에서 발생해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크다.

 

성장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과 IP 전략이 존재한다. 특히 콘텐츠 기업이 보유한 저작권은 매출 증가에 핵심으로 작용하며, 저작권 1건당 평균 11.6%의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인터넷 보급, 앱 수 증가 등 플랫폼·네트워크 인프라의 확장도 콘텐츠 소비를 촉진했다. 특히 규제가 많았던 게임 업종이 수출 성장을 이끌었다. 게임산업은 해당 기간 전체 수출 증가분(92억3000만 달러)의 77%를 차지했다. 음악과 방송 분야도 각각 연평균 19%, 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IP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의미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도 생겼다.

 

최근 기업들은 IP의 확장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그리고 있다. 기존에 출시된 IP를 게임이나 공연 등 다양한 매체로 확산시키며 차별화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 일례로 네이버 웹소설 화산귀환은 짧은 애니메이션과 함께 여러 국내 가수가 직접 녹음한 OST가 나오면서 단일 웹소설 IP 최초로 누적 매출 400억원을 넘겼다. 카카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툰화된 후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세계관을 넓혔다.

 

보유하고 있는 IP의 세계관을 확장해 유저들의 팬심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라는 신작을 출시,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하며 중국까지 시장을 넓히고 있다.

 

IP가 곧 기업 경쟁력이 되면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저작권 침해를 두고 법적 싸움을 하고 있으며, 웹툰 업계는 해외 불법 유통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을 넘어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IP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IP를 기반으로 한 K-콘텐츠는 단순한 문화 상품을 넘어 연관 산업과 함께 국가 경제 전반을 이끄는 전략 산업으로 성장했다.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저작권 침해 신고 제도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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