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들의 탈세 논란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납세의 의무에 불성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몰랐다”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더욱 책임감을 갖고 높은 수익에 걸맞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국세청의 고액·상습 체납자 7966명의 명단에는 그룹 동방신기와 JYJ로 활동했던 가수 박유천, 배우 박준규 등 연예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박유천은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 등 4억900만원(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납부기한이 2019년 11월30일까지였지만 명단 공개시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박준규는 2015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3억3400만원(6건)을 체납했다.

고액·상습체납자는 체납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미납부 세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그 명단이 공개된다. 국세청이 6개월 동안 납부를 독려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거나 불복 청구도 하지 않은 체납자들도 대상이다.

공식적인 체납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어도 세금 논란은 종종 드러난다. 톱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배우 송혜교는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약 25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이듬해 추징금 35억원을 냈다. 국세청 명예홍보대사로도 위촉된 적이 있던 방송인 강호동은 KBS2 ‘1박2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2011년 종합소득세 관련 탈세 혐의로 수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돼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흥행 이후 승승장구하던 배우 김아중도 2007~2009년 사이에 탈루 혐의로 2011년 6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배우 배용준은 2005년 종합소득세 신고와 관련해 21억여원을 추징당하자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11년 패소했다.
탈세와 관련해 대중의 비판은 어느 논란보다 매섭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면서 평범한 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수익을 올리는 스타가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은 용납받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세금 미납으로 인한 추징금 부과는 국세청 고지서 등 체납 독촉 과정이 최대 3∼5년에 걸쳐서 이어진다. 오랜 기간에 걸쳐 세금 납부를 빠트렸다는 의혹은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스타의 탈세 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핵심은 사용하는 경비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연예인은 일반 근로소득자와 달리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데, 소득을 어떻게 신고하느냐에 따라 과세 액수가 크게 달라진다. 일반 자영업자와 비교해도 비용 처리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외모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연예인이 촬영을 앞두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거나 명품 브랜드에서 개인 의상을 구입할 경우 해당 비용이 업무상 지출인지 개인적 지출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연예인들의 경비엔 각종 활동을 하며 쓰게 되는 식비나 주유비, 숙박비 등이 포함된다.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만 개인사업자 업무와 관련돼 비용으로 처리되는 내역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이를 노리고 간이영수증 하나만 끊어 쓰지도 않은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탈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가족 명의로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회계 사각지대다. 기획사로부터 수익을 적게 배분받는 방식으로 종합소득세를 줄이고 수익을 더 낸 기획사는 경비를 부풀려 법인세를 탈루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해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경비를 처리하기도 한다.

세무대리인의 업무 관행도 주요 원인이다. 돈을 많이 벌수록 바빠지는 직업적 특성상 연예인 대부분은 본인이 직접 세무를 챙기기보다 대리인을 두고 전반적인 관리를 맡긴다. 특히 전문 인력이 없는 1인 기획사는 세법을 모르는 연예인이 직접 모든 부분을 관리할 수 없으니 세무대리인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세무대리인은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절세 전략을 소개한다. 일반 직장인과 달리 한꺼번에 갑자기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은 연예인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이기 위한 욕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세무대리인의 업무 처리가 미숙하다면 그 폭탄은 고스란히 스타에게 돌아간다. 억대의 수익을 올릴수록 폭탄의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탈루 사실이 드러나면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세법 해석의 차이를 거론한다. 그러나 방송인 유재석은 20여년 동안 최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탈루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다. 지난해는 수백억원대 건물을 매입하면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몰랐다거나 법 해석의 차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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