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연애 리얼리티가 중장년층 로맨스까지 판을 넓히고 있다. 외적으로 화려한 젊은 층의 불같은 연애 대신 황혼의 로맨스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동안 5060세대는 콘텐츠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은 계층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년의 연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잇따라 호응을 얻으면서 시니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썸’ 타는 이영자…‘오만추’ 기대 이상 흥행

지난 1월 첫 방송된 KBS Joy ‘오래된 만남 추구(오만추)’는 연예계 싱글 동료들을 모아 연인이 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영자·장서희·김숙·우희진·지상렬·구본승·황동주·이재황 등이 출연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자신의 진짜 인연을 찾는다. 특히 이영자는 그동안 숱한 방송에 출연해 웃음을 선사했지만 연애 예능에는 처음 도전했다.
이미 다양한 연애 리얼리티 콘텐츠가 나온 상황에서 오만추는 방영 전 크게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뒤 그 어느 예능보다 높은 화제성과 입소문을 자랑했다. 방영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 또한 초반부터 3%대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이 프로그램은 당초 5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인기에 힘입어 2회 연장을 확정했다.
오만추가 인기를 끈 비결은 연애 예능의 핵심인 진정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황동주는 이영자가 20년째 이상형이라며 직진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2월 3주 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황동주는 출연자 화제성 7위에 오르며 드라마 활동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뜨거운 반응을 만끽하고 있다. 이영자 또한 자연스럽게 황동주의 팔짱을 끼는 등 그간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년 연프’ 줄줄이…진정성 강점

중년 연애 프로그램의 등장은 지난해부터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50세 이상 비연예인 솔로 남녀가 합숙하며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린 JTBC ‘끝사랑’은 ‘진정한 사랑은 인생을 이해할 때쯤 찾아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출연자들이 밤마다 자신의 끝사랑에 가까운 사람에게 아날로그 방식의 ‘친필 편지’를 쓰는 모습은 애틋한 감정을 불렀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영 중인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는 연예계 대표 중장년 미혼 스타인 주병진, 박소현의 결혼 도전기 여정을 그렸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아직 혼자 살고 있는 주병진이 과거의 상처까지 고백하면서 서서히 사랑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호평을 받았다.

이런 프로그램의 강점은 삼각관계와 질투심 등 단순한 연애 서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 출연자 개개인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남녀끼리 혼자 겪었던 어려움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지 인생 후반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은 시니어 연애 프로그램만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로는 MZ세대 못지않은 솔직함으로 전 세대의 연애세포를 자극한다. 이전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주로 젊은 여성층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면 중년 연애 예능은 TV를 주로 시청하는 40대 이상 시청자들도 충분히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해외도 ‘시니어 연애’ 인기…자극적 소재와 결합도

시니어 연애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최대 민영방송 ITV의 ‘마이 맘, 유어 대드(My Mom, Your Dad)’는 미국 인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의 중년 버전으로 불린다. 자녀들의 추천을 받은 싱글 부모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다.
‘투 핫!’ 등 여러 글로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레이터 데이터스: 황혼 연애(The Later Daters)’를 공개했다. 제목 그대로 황혼의 나이에 다시 사랑을 찾으러 나선 6명의 중장년 싱글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행동분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동시에 요즘 세상의 연애 규칙을 배워가며 소개팅에 나선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자극적인 소재도 있었다. 2023년 방영된 미국 TLC 채널의 ‘밀프의 저택(MILF Manor)’은 8명의 40~60대 미혼 여성과 8명의 20대 미혼 청년들이 등장해 아찔한 사랑을 이어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쇼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모두 모자지간이라는 것이다. 즉 제작진은 8쌍의 엄마와 아들을 섭외했다. 여성 출연진들이 상의 탈의를 한 남성 출연진들의 몸을 더듬어 각자의 아들을 찾는 게임을 진행하는 등 선정적인 프로그램 콘셉트로 전 세계 시청자 사이에서 파문이 일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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