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명가’ 돌아왔다… 적수 없는 현대캐피탈, V리그 최단기 정규리그 우승 포효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22일 장충 우리카드전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하늘을 거닐던 현대캐피탈이 최고의 자리로 날아올랐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1위를 조기에 확정했다. 22일 장충 우리카드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면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던 승점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시즌 26승4패로 승점 76에 도달했다. 2위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잔여경기에서 모든 승점을 챙겨도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이에 도달했다.

 

현대캐피탈 구단 역대 6번째이자 7년 만에 맛보는 정규리그 우승이다. 또한 시즌 종료까지 6경기나 남기고 축포를 터뜨리며, 역대 V리그 남자부 최단기 우승이라는 특별한 의미까지 담았다. 7구단-36경기 체제 아래에서는 종료 4경기를 앞두고 1위를 확정 지은 2017~2018시즌의 현대캐피탈이 가장 빨랐다. 팀당 30경기 체제까지 포함하면 2012~2013시즌 삼성화재가 5경기를 앞두고 웃었는데, 이 기록마저 올 시즌의 현대캐피탈이 넘어섰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22일 장충 우리카드전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군더더기 없던 독주였다는 뜻이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부터 5승1패·승점17로 순위표 최상단을 차지한 후, 한 번도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라운드 중반부터 5라운드 초반까지 내달렸던 파죽의 16연승이 백미였다.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이 만들어낸 남자부 역대 최다 18연승 도전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가파른 상승세 끝에 결국 화려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허수봉-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로 이어지는 쌍끌이 듀오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빛났다. 레오가 득점 2위(584점)-공격성공률 4위(54.43%), 허수봉이 득점 4위(501점)-공격성공률 3위(54.50%) 등을 기록하며 화끈한 대포를 터뜨리는 중이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팀 공격성공률은 53.75%로 50~51%대에 머무는 경쟁자들을 넉넉하게 제친 1위에 달한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덩신펑(등록명 신펑)이 삼각편대의 한 축을 맡아주며, 최민호-정태준의 신구 미들블로커 듀오는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806개)를 이끌며 철벽같은 높이까지 자랑한다. 산전수전 겪은 세터 황승빈과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리베로 박경민까지 버틴다. 어디 하나 약점이 없는 완벽한 라인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1위 등극이다.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 재료들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요리를 완성시킨 필립 블랑 감독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유수의 클럽을 이끌었고 프랑스와 일본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도 역임하는 등, 감독으로만 코트 위에서 30년 넘는 시간을 보냈던 명장이다. 세계 배구의 트렌드를 몰고 한국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데뷔 시즌부터 압도적인 우승을 펼치며 자신의 품격을 마음껏 뽐냈다.

 

이제 현대캐피탈의 눈은 다가올 봄배구 최고의 무대,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한다. 팀의 유일한 통합우승인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이자 역대 2번째 통합 챔프까지 바라봐야 할 전장이다. 지난해 통영 KOVO컵 트로피까지 챙겨뒀기 때문에, 2009~2010시즌 삼성화재, 2022~2023시즌 대한항공 이후 남자부 역대 3번째이자 구단 최초 트레블(3관왕)까지 바라볼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도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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