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황 감독이 가장 흥미로웠다.”
배우 하정우가 김진황 감독과 함께 영화 ‘브로큰’을 작업한 기억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개봉 당일인 5일 인터뷰를 가진 하정우는 작품 출연에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2020년 가을쯤 우연히 청담동 일대에서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를 만났다. 영화 ‘양치기들’(2016)을 제작한 김 감독과 이 브로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며 “당시 ‘수리남’(2022)이 4월말부터 촬영하기로 돼 있었고, 그다음에 ‘비공식작전’(2023) 스케줄도 예정돼 있었기에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마침 양치기들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고, 김 감독에 대한 흥미가 생겨 합류했다. 2021년 2월부터 3월말까지 바짝 찍었다”고 출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소재가 특별하거나 색다른 스토리는 아니지만 김 감독이 추구하는 날것의 느낌이 하정우의 마음을 저격했다. 하정우가 연기한 민태는 조직에서 나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하나뿐인 동생 석태의 죽음으로 인해 거친 본능이 다시 깨어난다.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하정우는 ‘황해’(2010), ‘추격자’(2008) 보다 더 강력한 액션을 펼쳤다.

하정우는 “드라마 세팅이나 그런 건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어떤 형식으로, 어떤 배경으로, 또 어떤 시대로 바뀌느냐에 따라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과연 새로운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김 감독이었다. 직접 경험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녹인 부분들이 있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민태가 동생의 죽음이란 명목 아래 하는 행동에서 감독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민태는 다른 인물들과 의사소통할 때 도가 지나친 부분들이 있다. 굉장히 거칠다. 얌전하고 젠틀한 분위기 뒤에 용암이 끓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민태가 취하는 액션 등은 아마 감독이 이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고, 해소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실제 얼린 생선을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은 대중이 원했던 날것의 하정우지만 그전 작품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기존에 함께 작업을 해봤던 스태프들이 아닌 새로운 스태프들과의 호흡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하정우는 “세팅해 준 의상들이 기존에 입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고, 촬영 감독님을 비롯해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본 분들이었다”며 “그런 낯선 환경이 더 날 것의 느낌을 이끈 것 같다. 기존에 함께 해봤던 스태프들이라면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식으로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익숙한 촬영 구도 등으로 찍었을 텐데, 브로큰 팀은 다 새로웠다. 그런 새로움이 얼굴 표정 등에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김남길과 ‘클로젯’(2020) 이후 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김남길은 작품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소설가 호령을 맡았다. 석태의 죽음을 예고한 듯한 소설 ‘야행’을 써 민태와 엮인다. 하정우는 “야행 이야기도 또 다른 축으로 흘러가는데, 후반 편집 과정에서 많이 정리됐다. 시나리오에서는 호령 이야기가 더 탄탄하게 붙어있었지만 편집하면서 민태의 이야기에 집중됐다”며 “서운할 수도 있는데 남길이가 한두 작품 한 친구도 아니고, 편집의 냉혹함을 잘 알고 받아들이더라. 잘 감내해 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전했다.
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하정우는 최근 ‘윗집 사람들’(가제)을 크랭크인했으며, 오는 4월 ‘로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쉬지 않고 열일하는 원동력에 관해 묻자 그는 “사실 지난해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었다. 그림 전시를 열었던 것도 그래서다. 로비 후반 작업도 하고, ‘하이재킹’ 개봉에 따른 홍보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었다”며 “미혼인 점도 그렇다. 동생이 육아하는 것을 보면 장난 아니구나 싶다.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짐만 트렁크 2개를 들고 와서 세팅한다. 밥 먹이고, 낮잠 시간도 챙기고 우는 것도 달래주는데 보는 내가 지치더라”라고 웃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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