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사망에 시민단체도 잇딴 목소리…“진상규명하고 불합리한 고용 구조 성찰해야”

사진=오요안나 SNS

 

지난해 9월 사망한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방송사의 고질적인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언론노동 단체들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보도를 통해 드러난 내용들은 방송사의 비정규 노동의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며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계적인 조직문화는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VJ, 방송작가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겪는 일”이라고 지난 3일 성명을 냈다. 

 

한빛센터는 “고인 또한 극심한 경쟁을 뚫고 입사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감내했고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또한 방송사의 불합리한 구조 안에 있었을 것이기에,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방송사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지적했다. 

 

아울러 “방송 비정규직 문제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 방송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항상 문제 해결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인이 처했던 불합리한 고용 구조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안타까운 희생은 직장 내 선후배 간 괴롭힘 차원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고인의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 더 정확히는 방송산업 내 ‘위장 프리랜서’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방송사 탓만 하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법과 제도를 개선해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과 차별·착취를 규제해야 할 정치의 책임은 아무리 지적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번 사안에 입장을 밝혔던 여야 정치인들은 더욱 책임 있게 방송 비정규직 문제의 개선을 위해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국회도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로 했다.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경찰도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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