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시장이 숏폼 경쟁에 빠졌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모바일 중심의 짧은 영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내외 플랫폼은 숏폼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자 정부 또한 국내 기업의 숏폼 콘텐츠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지만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놓칠 수는 없다.
◆OTT 넘어선 이용률·사용시간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숏폼 이용률은 2023년 58.1%에서 2024년 70.7%로 12.6%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자체 제작 프로그램 이용률(54.3%)보다 16.4%p 높은 수준이다. 스마트폰으로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주요 콘텐츠 1위 또한 숏폼(41.8%)이다. OTT나 실시간 스트리밍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숏폼은 월평균 사용시간도 OTT를 넘어섰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120만명을 대상으로 숏폼과 OTT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숏폼 앱(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52시간2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OTT 앱(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디즈니+)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 7시간17분에 그쳤다. 무려 7배 이상 차이로 숏폼이 압도적인 사용시간을 나타냈다.
숏폼과 OTT 앱 중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이 가장 높은 앱은 유튜브로 평균 41시간56분이었다. 틱톡(17시간16분)·인스타그램(15시간56분)·넷플릭스(6시간17분)가 그 뒤를 이었다.
◆2026년 197조원 규모로 성장…글로벌 핵심 산업 ‘우뚝’
숏폼은 스토리의 빠른 전개로 인해 짧은 시간 내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 속에서 긴 시간을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기 어렵지만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정보와 재미를 제공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용자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빠르게 노출한다. 이는 사용자가 더 오랜 시간 머물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숏폼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숏폼 관련 시장 규모는 2021년 432억 달러(약 63조원)에서 2026년 1350억 달러(약 197조원)로 연평균 25.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중국, 미국 등에선 숏폼 콘텐츠가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작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드라마 제작비용이 300∼2000만 달러(약 43~291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숏폼 드라마의 제작비용은 많아봤자 25만 달러(3억6000만원) 수준이다. 촬영 기간이 짧아 배우 캐스팅도 쉽다. 편집이 용이해 창작 문턱 또한 낮다. 숏폼이 제작사와 플랫폼 양측에 매력적인 모델로 자리 잡은 이유다.

◆OTT도, 포털도 숏폼에 빠졌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국내외 주요 플랫폼은 숏폼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지난해 국내 최초 숏폼드라마 플랫폼 탑릴스에 이어 비글루, 위치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연이어 론칭했다. 기존의 틱톡·유튜브뿐 아니라 OTT와 포털사이트까지 경계를 허물고 숏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숏폼 서비스를 개시했다. 어플 내 쇼츠 탭에서 티빙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1분 분량으로 제공한다. 올해는 시리즈형 드라마·예능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다른 토종 OTT 왓챠는 지난해 9월 1분 안팎의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내놨다. 오리지널 드라마를 비롯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숏폼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숏챠에 싣고 시작한 왓챠는 올해도 숏폼 드라마 신작을 줄줄이 공개할 예정이다.

2023년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숏폼 형태의 텍스트 콘텐츠인 숏텐츠를 선보이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클립은 지난해 12월 기준 재생수는 전년 동기 대비 7배, 클립 채널 수는 3배, 콘텐츠 생산량은 5배 확대됐다. 급증하는 수요에 발맞춰 네이버는 창작자들이 고품질의 숏폼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올해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톡 내에서 숏폼 서비스를 운영 중인 카카오는 지난해 3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숏폼 탭을 개설했다. 언론사·스포츠채널·대형 MCN 소속 인플루언서 등이 제작하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홈·콘텐츠·커뮤니티·쇼핑에 이어 숏폼도 모바일 앱 하단 탭에 포함해 더욱 전면 배치한다.
◆정부도 지원…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정부도 국내 OTT 기업의 숏폼 콘텐츠 제작을 적극 지원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총 1조원 규모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엔 국내 OTT 기업이 AI 제작·변환 기술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숏폼 드라마 신드롬에 국내 OTT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방송영상콘텐츠 업계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유튜브, 숏폼 등 뉴미디어 영상콘텐츠를 포괄하는 진흥 법률 제정 등 변화하는 콘텐츠·미디어 환경에 맞춘 정책 추진을 이어가겠다”며 “숏폼 등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도 올해부터 즉시 반영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방송영상콘텐츠업계에 1조원대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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