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수축·이완을 반복해 혈액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며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장근육이 손상되거나 노화로 약해지면 펌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데, 이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전체 환자의 10명 중 약 1명은 진단 후 1년 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심부전. 이해영(사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질환의 개념부터 증상, 치료법까지 알아봤다.

-심부전이란.
“심부전은 ‘아닐 부(不)’, ‘온전할 전(全)’이라는 한자 그대로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국내 인구 약 2.6%가 앓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부터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5명 중 약 1명이 심부전 환자다. 이는 1주일 이내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과 심장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는 만성으로 구분된다. 대부분 만성에 해당한다.”

-심부전의 3대 원인이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 원인은 ‘반복적인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발생하는데, 여러 번 겪으면 심장근육이 손상되면서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 원인은 심장근육이 선천적으로 약한 ‘확장성 심근증’이다. 이럴 경우 나이가 들면서 심장의 기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은 맥박이 갑자기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다. 특히 맥박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빨라진 부정맥이 지속하면 심장이 지치면서 심부전이 유발될 수 있다. 이 밖에 고혈압, 판막질환, 과도한 음주 및 스트레스, 항암치료 약물 복용 등이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특히 누워있을 때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기침이 나기도 한다. 상체를 세울수록 호흡이 편해지기 때문에 베개를 여러 개 겹쳐 베고 자는 환자도 있다. 또 다른 증상은 다리 부종이다. 심한 부종은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까지 1~2분이 걸린다.”
-심부전은 어떻게 진단하나.
“심부전이 의심될 때 가장 흔하고 자주 사용되는 진단 방법은 심장 초음파다. 이 검사를 통해 좌심실 구혈률(Ejection Fraction, 심장박동 중 좌심실에서 빠져나간 혈류 비율)를 확인하고 심장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이 100이면 일반적으로 50~70은 펌프질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상인의 좌심실 구혈률 수치는 50~70%다. 이보다 낮아지면 심장 기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심부전 환자 중 일부는 좌심실 구혈률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다른 검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이 늘어날 때 분비되는 나트륨이뇨펩타이드(BNP 또는 NT-BNP)의 혈중 농도가 심부전의 중증도, 재발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데 유용해 널리 활용된다. 이밖에 심전도 검사를 활용한다. 필요하면 핵의학 검사, MRI, 혈관 조영술 등이 보조적으로 시행된다.”
-심부전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심부전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다. 심장근육의 수축력을 증진하고, 혈관을 확장해 순환을 돕는 약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먹는 것이 생존과 치료에 중요하다. 약물치료에는 주로 고혈압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복용하는 사람은 혈압이 떨어지거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에 적응하면서 약 복용을 지속하면 심부전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고, 특히 수축기 기능 저하로 인한 심부전은 3명 중 2명이 호전될 수 있다. 급성 심부전의 경우 응급실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약제라도 정맥 제제로 치료한다. 만성 심부전은 1990년대에는 35%에 달했던 2년 사망률이 최근 9% 이하의 한 자릿수로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다양한 치료 약제들이 개발되면서다. 주치의와 치료 방향을 상의하며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는 중증 심부전은 관상동맥 우회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일부 중증 환자들에게는 인공 심장 박동기를 이용해 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도 실시된다. 말기 심부전에서는 심장 이식 수술이 예후를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공여자의 수가 적다는 게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기계 펌프인 좌심실보조장치(LVAD)를 삽입한 다음, 심장 기능을 보존하면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다가 기증 심장이 생겼을 때 이식 수술로 진행하는 단계적 치료 전략이 보편화하고 있다.”
-심부전 환자와 가족에게 한 마디.
“심부전 환자의 10%가 1년 내 잘못될 수 있지만, 반대로 90%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약을 잘 복용하고, 하루 염분 섭취량을 철저히 조절하며, 꾸준한 운동으로 심장을 단련하면 건강한 심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가족들도 환자를 위해 덜 짜게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와준다면 심부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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