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이어지는 7월엔 여행은커녕 외출도 귀찮게 느껴진다. 하지만 비오는 날만의 감성도 분명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고즈넉한 ‘비오는 풍경’을 만끽해보자.
서울관광재단이 장마철을 맞아 비오는 날 정취를 즐기기 좋은 고즈넉한 서울 여행코스를 추천한다. 남산부터 돈화문을 중심으로 돌아봤다.

◆남산타워·한옥마을 조화 아름다운 남산코스
남산 자락 아래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공간 어디에서나 남산이 가까이 보인다. 우산을 들고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한옥마을에서는 사대부 가옥부터 서민 가옥, 전통정원까지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은 1989년 남산골의 제모습 찾기 사업에 의해 조성한 마을이다. 특히 마을 안의 전통정원은 남산의 산세를 살려 전통수종을 심었고, 계곡과 연못 정자 등이 있어 산책하고 쉬어가기 좋다. 이곳 전통공예 전시관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이 기다린다.
마을 깊숙한 곳에는 오늘날의 시민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담은 캡슐을 지하 15m에 수장해 둔 타임캡슐 광장이 있다. 1994년에 만들어 2394년 개봉 예정이다.
7월에는 매주 화, 수, 목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진행되는 ‘남산골 전통예절교실’, 매주 금, 토, 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남산골 전통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남산골한옥마을에는 국악 전문 공연장 ‘서울남산국악당’이 있다. 1층 한옥 건물과 계단식 정원을 마주보고 있는 지하 1층 공연장 로비가 아름답다. 지하 1층 공연장 로비와 연결된 선큰가든 침상원은 경복궁 교태전의 느낌을 살린 계단식 정원으로 꾸며져 지하 공연장임에도 자연 채광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7월 추천 공연은 오는 19일 오후 8시, 9시에 진행되는 ‘남산 국악의 밤’과 오는 20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정주리의 일구월심 <무색하다>’가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내부의 한옥카페 달강은 넓고 탁트인 마당과 국악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식 정원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비오는 날 카페에 앉아 푸른 잔디와 한옥, 그리고 내리는 비를 감상하기 좋다. 카페 내부는 앞뒤로 탁트인 창과 길고 넓은 공간이 있고, 처마밑이나 건너편 한옥 마루에 앉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혼자서도,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해도 매우 좋은 공간. 커피 뿐만 아니라 전통차, 수제청 에이드, 아이스크림까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은 숨겨진 명소이다.

◆우리 소리 가득 ‘국악로’ 따라… 돈화문코스
국악 전문 공연장인 돈화문국악당은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양식을 혼합해 지어졌다. 140석 규모의 공연장과 야외 공연장 국악마당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돈화문국악당은 창덕궁에서 종로3가까지 이어지는 ‘국악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 개관했다. 공연장을 비롯한 모든 시설들은 목재로 건축돼 작은 소리도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설계된 게 특징이다.
공연장에서는 풍류음악, 산조, 판소리 등 전통음악뿐 아니라 독주, 실내악 규모의 다양한 창작 국악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관람료가 무료이거나 2만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7월 추천 공연으로는 오는 17일∼19일 이어지는 ‘2024 일무일악’(전석 2만원), 오는 20일 열리는 ‘이방인의 낯선 노래’(전석 1만5000원)이 있다.

빗소리와 함께 국악을 즐기기 전후로 카페 기억을 찾아보자. 이는 돈화문국악당과 나란히 붙어있는 한옥 카페다. 창가에 앉아 잔디마당과 색색의 장식을 보며 여유를 찾거나, 대로변의 창덕궁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처마의 낙숫물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물멍’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악당 도보 2분 거리에 ‘우리소리박물관’이 있어 같이 둘러보기 좋다. 이곳은 한국 민요의 수집, 정리, 연구, 보존을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 민요 전문 박물관으로 무료로 운영한다. 박물관에는 139개 시, 군 904개 마을 곳곳을 찾아 2만여 명을 만나 담아낸 전국의 소리를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렸다.

상설전시는 한국인의 정체성인 담긴 우리소리 민요를 다양하게 나누어 체험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체험존에서는 책 속의 노래, 나만의 노래엽서, 노래퍼즐, 우리소리 조이트로프 등 아이들이 쉽게 경험하고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제공한다.
인근의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창경궁 담장길도 걸어보자. 2022년, 90년만에 복원 된 곳으로,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도심 속 궁궐 담장길의 그늘을 만끽하며 산책하기 좋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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