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랄한 코믹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배우 김혜윤은 그야말로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럼에도 김혜윤은 “제가 한 건 크게 없다”며 상대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28일 종영한 tvN ‘선재 업고 튀어’ 신드롬의 주인공은 단연 변우석과 김혜윤이다. 변우석이 ‘선재 앓이’를 유발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지만 김혜윤은 그간 쌓아올린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10대만의 풋풋함 20대의 청춘을 연기한 김혜윤은 코믹부터 눈물 연기까지 그야말로 팔색조 연기력을 뽐냈다. 배우 본인 또한 그동안 맡은 캐릭터 중에 가장 많이 우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눈물 연기가 특히 압권이었다.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안 우는 회차가 없을 듯한데도 김혜윤은 매 순간마다 섬세하고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금세 눈물을 떨어트리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27일 김혜윤은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선재 업고 튀어’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김혜윤은 “제가 막 밖에 돌아다니지 않아서 피부로 직접 와닿지는 못했다. 그런데 SNS나 인터넷에서 드라마 리액션 영상 같은 게 보이더라. 제 알고리즘에 떠서 봤었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고 ‘드라마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인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김혜윤은 “지난해 6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4월에 끝났는데 그냥 촬영에만 임했었고 ‘반응이 어땠으면 좋겠다, 어떨 거다’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들이 더 놀라운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다만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너무 좋았다고. 김혜윤은 “과거 인터넷 소설을 읽는 것처럼 보면서 꺄르르 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시나리오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을수록 ‘내가 이걸 잘 표현해서 시청자들이 설렘과 웃음, 울음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내가 이걸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혜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맡은 배역 중 가장 나이가 많은 30대 직장인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타임슬립물이다 보니까 마음은 30대인데 10대로 겉모습만 돌아가지 않냐. 나이대가 다르다는 거를 제 연기로서 표현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연기를 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어머’, ‘그랬니’, ‘그랬구나’ 이런 말들은 사실 10대 친구들끼리 잘 쓰지 않는 말들인데 좀 나이 차이가 나게 보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윤은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 나이가 제일 많기도 하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이라서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하게 보이고 어른스럽게 보일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문득 우석 오빠나 저희 친언니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게까지 성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물론 저는 그들보다 몇 년을 덜 살았고, 그들이 더 인생 선배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엄청나게 깊이 있는 어른이라든가 성숙한 사람은 아니더라. 그래서 그냥 지금 김혜윤이 갖고 있는 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도 임솔을 잘 연계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한 인터뷰에서 김혜윤은 “작품 속에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월급을 받는 직장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 임솔을 통해 영화사 직원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직업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김혜윤은 “사실 직업을 너무 짧게 가져서 너무 아쉽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잠깐이라도 겪어봤는데 내 자리가 있고 직장 상사가 있고 그런 점들이 굉장히 좀 생소했고 단어들 자체가 굉장히 좀 낯설었던 것 같다. ‘대표님’이라든가 상사를 부를 일이 제가 많이 없었었으니까”라며 “그래도 찍으면서 굉장히 재밌었고 즐거웠다. 좀 더 오래 찍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오래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화제가 됐던 ‘태성 좋아’을 두고는 “연기 인생에서 정말 손꼽아서 힘들었던 장면 중에 하나고, 눈물 고여가면서 촬영을 했었다. 너무 힘들더라”라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나가고나서 친구들한테 제일 많은 연락이 왔었다. 끝까지 영상을 못 본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고 ‘돈 벌기 쉽지 않다’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라고 전하며 웃었다.

변우석, 김혜윤 두 사람의 로맨스 케미는 시청자의 과몰입을 유발했다. 극 중에서는 물론이고 드라마 메이킹이나 예능 영상 등에서는 “둘이 제발 사귀어달라”는 댓글로 가득하다. 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찰떡 같았기 때문. 김혜윤은 “오빠가 워낙 먼저 편하게 친근하게 잘 대해줬고 배려를 해줘서 더 빨리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도 같이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실제 성격도 사실 보여지는 것과 똑같다.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배려심이 넘치고 잘 챙겨주다 보니까 저도 연기하면서 굉장히 많이 의지를 했었다”고 변우석을 칭찬했다.
정말 안 사귀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혜윤은 웃음과 함께 “사실 몇 번 그런 질문을 받았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말씀드렸던 건 저희 둘의 관계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멀어져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저는 그걸 바라보는 어떤 동료 배우이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변우석 또한 김혜윤을 향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변우석은 “혜윤이가 없었으면 저는 선재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저한테 현장에서 주는 그런 감정들이 저한테 너무 진실되게 다가와서 저도 선재에 빠져서 더 잘할 수 있게 항상 도와줬다”고 밝혔다. 영상편지를 통해서는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 언제든 사줄 테니까. 너무너무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김혜윤은 “오빠가 먼저 저한테 ‘유 퀴즈에서 너의 얘기를 살짝 언급했다. 만약에 불편했다면 미안하다’ 이렇게 한 후에 방송을 봤는데 너무 좋은 칭찬들과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줬더라.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다. 영상편지에서 제가 많이 힘이 되어줬다고 고맙다는 듯이 얘기를 했는데 오히려 제가 연기할 때 많이 의지를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감정신이 많다 보니까 집중을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감정이 잘 안 잡힐 때도 있고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오빠가 묵묵히 기다려준다거나 혹은 촬영하고 있지 않는데도 같이 선재로 몰입해서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저도 많이 의지하고 에너지도 얻어서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을 한다”며 “아무 때나 연락하면 밥 사준다고 했는데 밥을 얻어 먹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혜윤은 과거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도 로운, 이재욱과 남다른 로맨스 케미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하루, 백경과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 이태성(송건희) 중 김혜윤의 픽은 누구인지 묻자 “하루는 말이 너무 없었던 캐릭터다 보니까 조금 답답할 것 같다. 백경이는 화가 너무 많았다. 저랑 마주치면 계속 항상 화가 나 있어서 좀 무서웠었다”고 웃으며 떠올렸다. 이어 “고르자면 태성이는 연애고, 선재와는 결혼을 하겠다. 10대를 생각해보면 태성이가 아무래도 인기가 많았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와 ‘선재 업고 튀어’ 모두 남자 주연 배우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 또한 김혜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 그럼에도 김혜윤은 “사실 제가 한 건 크게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냥 그 캐릭터 상황에 100% 보일 수 있도록 몰입하려고 했었다. 아마 이렇게 많이 사랑을 해주시는 이유는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 상대 배우분들 덕분에 더 시너지가 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제가 뭔가를 했다면 아마 키가 작은 점?”이라고 말해 웃음을 불렀다.
유독 이번 작품에서 많았던 눈물 연기를 두고 김혜윤은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많이 운 줄 몰랐는데 방송 보니까 굉장히 많이 울더라. 그렁그렁한 채로 멈춰 있어야 되는 장면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제가 눈물 양까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까 오열이면 그냥 엉엉 울면 되는데, 그렁그렁한 채로 대사를 한다거나 행동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메이킹에도 제가 눈물을 계속 못 참는 게 나오더라. 울음을 참으면서 뭔가를 덤덤하게 얘기하는 게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작품에선 유독 많이 울었지만 김혜윤은 MBTI 극 T일 정도로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다. 임솔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김혜윤은 “솔이의 눈물이 많은 부분은 사실 저랑 맞지 않긴 하다”고 웃으면서도 “물론 솔이가 처한 상황이 눈물 없이는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굉장히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까 울음이 많은 건 인정을 하지만 실제로 제 성격은 사실 눈물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서 그런 부분을 열심히 연기를 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싱크로율은) 반반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솔이처럼 밝고 웃음 많은 부분이 저랑 좀 비슷한 점인 것 같다. 왜냐면 제가 연기를 할 때 좀 편하더라”라며 “다른 점을 꼽자 솔이는 항상 힘든 일이나 사건사고가 닥쳤을 때 오뚝이처럼 바로바로 일어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혜윤은 “굴하지 않고 바로 털어내고 일어나는 그런 친구라고 생각이 드는데 저는 실제로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낙담할 때도 있고 자책할 때도 있고 뭔가 주저할 때도 있다. 솔이가 그렇게 바로바로 일어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멋있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저랑 다른 점이지만 제가 많이 배울 점이라고도 생각한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김혜윤은 결말에 만족할까. 그는 “저는 솔이와 선재에게 있어서 최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면 좋겠다”고 오랜 기간 함께 지내온 솔이와 선재에게 진심을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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