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미식] 대게 구이와 야마자키, 꽃게에 하쿠슈 한입… 환상적인 ‘봄의 맛’

네기 라이브 셰프들이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페어링(Pairing)’. 말 그대로 조화롭게 짝을 이루는 것을 이른다.

 

요즘에는 술과 음식의 궁합을 이를 때 흔히 쓰인다. 좋아하는 술과 제철 음식과 조화를 이뤘을 때 감탄이 터진다. 말 그대로 ‘미미(美味)’, 아름다운 맛이 펼쳐진다.

 

미식계를 주름잡고 있는 요즘 한국인, 페어링에도 관심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푸드 페어링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니트, 온더락, 하이볼 등 ‘어떻게 마시느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음식과의 풍미도 위스키를 즐기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무엇과 마시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른 것.

 

빠르고, 트렌디하며,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한국 위스키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파인 드링킹(Fine Drinking: 고급 음주문화)’ 시장의 문이 열렸다. 실제로 전통있는 위스키 브랜드와 파인 다이닝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부쩍 늘고 있다.

최홍렬 셰프가 해산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대표적으로 빔산토리코리아를 들 수 있다. 최근 ‘JPW 푸드 페어링 프로그램 2024(JPW FOOD PAIRING PROGRAM 2024)’의 포문을 열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야마자키, 히비키, 하쿠슈 등 ‘산토리 위스키’를 떠올리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지난해 산토리 위스키 100주년을 기념해 6일간 진행했던 ‘2023 하우스 오브 산토리(2023 HOUSE OF SUNTORY)’에 이은 두 번째 챕터다. 당시 6시간 만에 셰프 페어링 프로그램이 ‘솔드아웃’됐다. 당시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이목의 유용욱 셰프, 그리고 요리하는 치과 의과 다니엘 오카마세가 함께했다.

 

빔산토리코리아는 올해도 맛있는 페어링을 위해 다양한 맛집들과 힘을 모아 ‘술맛나는 한 상’을 차리는 중이다. 산토리 위스키 관계자는 “올해는 희소한 재패니즈 프리미엄 위스키를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 페어링의 테마는 ‘갑각류’다. 이를 선보일 주인공은 하이엔드 갑각류 파인 다이닝 ‘네기 라이브(NEGI LIVE)’다. 봄 향기 가득한 제철 해산물과 채소로 무장했다.

 

최홍렬 네기라이브 셰프가 코스를 총괄하고, 산토리 위스키의 앰버서더를 맡은 몰트바 배럴의 문선미 바텐더가 하쿠슈, 야마자키, 히비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8일, 곧 펼쳐질 푸드 페어링을 미리 경험했다.

 

◆봄을 녹인 제철 식재료와 즐기는 ‘하쿠슈DR 하이볼’

 

봄을 녹인 듯한 ‘주꾸미‧반딧불오징어‧키조개 와사비꽃쥬레’로 코스가 시작된다. 맨 위에는 녹진한 반딧불 오징어가, 중간에는 부드럽게 익힌 주꾸미, 맨 아래는 살짝 구운 제철 키조개로 풍미를 더했다. 와사비꽃, 유채꽃, 완두콩 세 가지 봄야채를 넣은 식초 베이스 젤리 소스로 ‘봄의 맛’을 구현했다. 게다가 바카라 잔에 담겨 나오다니. 입은 기본, 눈까지 즐겁다. 

바카라에 담겨 나온 ‘주꾸미‧반딧불오징어‧키조개 와사비꽃쥬레’. 사진=정희원 기자

와사비 꽃에서 나는 알싸하고 매콤한 향이 인상적이다. 최홍렬 셰프는 “와사비 하면 보통 막대기 모양의 대를 떠올리는데, 이 꽃대 위에 꽃이 핀다. 꽃도 와사비의 향과 맛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쿠슈 DR 하이볼이 함께 페어링됐다. 문선미 바텐더는 “처음에 코에 대면 기포가 살짝 터지면서 전달해 주는 하쿠슈의 신선한 느낌이 굉장히 좋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해산물과는 주로 스모키한 위스키를 페어링한다. 문 바텐더는 “약간 스모키한 피니시가 비린 맛을 잡아주고 서로 보완하면서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문선미 바텐더가 히비키 21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두 번째로 암꽃게 소흥주절임과 이이무시가 준비됐다. 제철 맞은 암꽃게를 ‘소흥주’라는 중국 술, 간장 양념에 절여 만든 일본식 간장게장이다. 알코올을 날린 뒤 상큼한 유자껍질‧대파‧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넣어서 제작한다. 이와 함께 찹쌀밥(이이무시)이 곁들여 나온다.

 

최 셰프는 우선 게살과 위스키를 페어링해서 먹고, 이후 밥 위에 올려 먹을 것을 권했다. 심지어 게를 물지 않아도 된다. 셰프들이 게 접시를 가져가 하나하나 먹기 좋게 짜준다. 향긋한 게살 내음이 하이볼과 조화롭다. 쫄깃한 찹쌀밥에 양념된 간장이 정말 천국의 한입이다.

최홍렬 셰프가 꽃게살을 먹기 좋게 손질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따뜻한 국물 요리 ‘생합완자 맑은국’이 이어 나온다. 봄에 가장 맛있는 대합 조개로 시원하게 육수를 내고 이로 만든 완자와 구이가 들어 있다. 최홍렬 셰프는 “다른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았다”며 “다시마, 물 그리고 대합 두개 세 가지로만 국물을 내고 채소와 미역, 키우메(산초잎)로 마무리했다. 결국 맛있는 음식은 재료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맛있는 물’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은 분도에 따라 경수, 연수 등으로 나뉜다. 국물은 ‘연수’로 냈다. 분도가 큰 경수는 물맛이 강해 자칫 다른 식재료의 맛을 가릴 우려가 있다. 반면 연수는 기본적으로 무미‧무취로 소재의 감칠맛 성분을 끌어올린다. 문선미 바텐더는 ‘하쿠슈도 연수로 만든다’고 귀띔하기도.

 

◆신선한 해산물과 베스트 ‘하쿠슈 싱글몰트 12년’

 

이어 하쿠슈 싱글몰트 12년과 능성어, 무늬오징어, 대게 회 등 신선한 해산물이 서빙됐다. 흰 살 생선은 조개류나 붉은 생선에 비해 바다향이 강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이렇다보니 알코올 향이 강하거나 맛이 두드러지는 위스키를 선택할 경우 회의 맛이 가려질 수 있다. 녹차 풍미가 더해진 부드러운 하쿠슈가 선택된 이유다.

하쿠슈 12년산이 준비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능성어, 무늬오징어, 대게 회. 사진=정희원 기자

최홍렬 셰프는 ‘대게 회는 예쁘게 말고, 손으로 잡고 심지를 뽑아내듯 먹으라’고 강조한다. 무늬오징어는 소금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확 올라간다. 능성어는 속에 시소를 넣어 맛있는 향을 더했다. 이를 김에 싸 먹으면 입 속에 맑고 풍성한 바다가 펼쳐진다.

 

◆부드러운 풍미의 갑각류와 베스트, ‘야마자키 싱글몰트 18년’

 

다음 차례는 갑각류다. 네기 라이브에 들어서자마자 셰프들이 손질하던 게가 숯불에 굽는 향이 난다. 숯향이 가득한 대게를 프렌치 소스 ‘뵈르블랑소스’ 위에 얹는다.

네기 라이브 셰프들이 대게를 숯불에 굽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구운 대게 다리살을 발라내는 모습. 사진=정희원 기자

 

‘대게구이, 뵈르블랑 소스’ 사진=정희원 기자

이 ‘대게구이, 뵈르블랑 소스’는 네기 라이브가 산토리 위스키와의 페어링을 위해 새로 개발했다. 함께할 주인공은 ‘야마자키 싱글몰트 18년’.

 

최홍렬 셰프는 “버터 베이스의 프렌치 소스인 뵈르블랑 소스 자체는 진하고 무거운 느낌이라 야마자키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각류를 많이 드시면 되게 느끼하다. 그런데 소스에 녹아 있는 약간의 신맛이 이를 잡아준다”며 “양식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건포도 우린 물을 넣어서 일식처럼 감칠맛을 더했다”고 소개했다.

야마자키 18년이 서빙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는 최홍렬 셰프와 문선미 바텐더가 ‘픽’한 베스트 페어링 메뉴다. 문선미 바텐더는 “야마자키가 맛도 강하고 개성이 있어서 꾸덕한 음식에 ‘톡 쏘는 느낌’을 더한다”며 “나무향의 스파이시한 느낌과 부드럽고 풍성한 버터향이 서로 어울리며 보완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 셰프는 “버섯 식감, 버터리한 소스, 게와 야마자키가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셰프들이 킹크랩 샤부샤부에 들어갈 게살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그리고 네기라이브의 시그니처 ‘킹크랩 샤부샤부’가 등장했다. 대게 베이스 스프에 튼실한 킹크랩 다리를 두 점 올렸다. 투명한 대게가 붉어질 즈음이면 먹으면 된다는 신호다. 최 셰프는 “위에 스프만 드시지 마시고 밑에 누룽지처럼 붙어 있는 구사한 밥을 꼭 긁어 드시라”고 당부했다.

네기 라이브의 킹크랩 샤부샤부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네기 라이브의 시그니처 킹크랩 샤부샤부. 사진=정희원 기자

대게 후라이, 덕자병어 튀김, 대게 솥밥 등이 이어져 나온다. 솥밥과 함께 쌀로 만든 백된장이 더해진 사와니완이 함께 나와 따뜻하다. 평소 튀김은 맥주나 하이볼 같은 탄산감 있는 술과 먹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스파이시한 야마자키18년과 바삭한 튀김옷, 촉촉한 대게와 생선살에 적셔지는 느낌이 새롭게 맛있다.

대게 솥밥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정희원 기자

◆디저트와 하모니 그 자체, ‘히비키 21년’

히비키21년이 서빙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오며 맛있는 여정이 끝나간다. 이번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어우러진 딸기 머멀레이드, 시로미소 치즈케이크가 준비됐다.

디저트 준비에 한창인 네기 라이브 셰프들. 사진=정희원 기자

생딸기로 만든 마멀레이드에 ‘찹쌀 젤리’가 핵심이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고 히비키를 한모금 마신다. ‘너무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최홍렬 셰프는 “찹쌀젤리가 이 디저트의 핵심이자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라며 “머멀레이드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그냥 양식 디저트인데, 여기에 찹쌀이 더해지면서 일식 디저트로 바뀌면서 스토리가 생긴다. 찹쌀의 감칠맛도 매력”이라고 했다.

찹쌀이 올라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히비키 21년산. 사진=정희원 기자
시로미소 치즈케이크. 그냥 먹으면 살짝 짜게 느껴지지만 히비키 21년과 페어링하면 조화롭다. 사진=정희원 기자

시로미소 치즈케이크에는 먼저 나온 국물요리에 쓰인 백된장을 더했다. 최 셰프는 “위스키랑 페어링하는 거라 평소보다 염도를 약간 더 높게 만들었다”며 “그냥 디저트로서 드시기에는 약간 짜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히비키 21년과 페어링해서 드시면 딱 맞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을 너무나 옳았다. 살짝 짭쪼름한 치즈케이크에 스며드는 풍성한 히비키21년은 직접 맛보시길.

 

한편, 산토리와 네기 라이브의 페어링 다이닝은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다. 예약은 캐치테이블에서 가능하다. 소개된 코스 그대로 산토리 위스키와 페어링해 즐길 수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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