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 기질을 증명했다.
프로야구 키움의 두 번째 외인투수,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KBO리그 데뷔승을 신고했다. 31일 고척 LG전 7이닝 무실점 괴력투로 8-4 승리를 견인한 것. 리그 최약체로 분류되는 키움 선발 로테이션 속에서 단숨에 핵심 멤버로 발돋움했다.
장점만 보였던 피칭이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매력이 최고 구속 152㎞를 찍은 포심·투심 패스트볼 구위로 증명됐다. 심지어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이었다. 사사구 하나 없는 완벽한 제구 그리고 85구로 7이닝을 정리하는 효율까지 보여줬다. 완봉 페이스였지만, 키움 홍원기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헤이수스는 “첫 승을 거둬 정말 행복하다. 쉽지 않았던 데뷔전 후 결과를 낸 게 특히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언급대로 그는 26일 창원 NC전 첫 등판에서 3⅓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사사구만 5개에 달했으며, 김성욱에게 만루포까지 맞는 등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빠른 피드백으로 늦지 않게 승전고를 울렸다.
그는 “KBO리그에 어떤 타자들이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맞춰 내 피칭을 조절하는 데 신경 썼다”며 흡족해했다. “전력분석 팀과의 대화를 통해 투구판 밟는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선발진의 한 줄기 희망이다. 전 시즌 팀 타율 1위(0.279)인 LG라는 난적을 만나 경쟁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그는 “좋은 타자들이 많은 전년도 우승팀이라는 걸 당연히 알았다. 나 자신을 믿고, 내 공을 믿었더니 결과가 따라왔다”고 밝게 웃었다.


짜릿한 첫 승과 함께 동료들에게 시원한 물세례까지 맞았다. 그는 “보통 신인들의 첫 승리 때 해주는 거지 않나. 이렇게 큰 축하를 해줘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키움이라는 팀에 들어와 행복하다”며 “정말 좋은 선수들이 모여있다. 대체로 어린 팀인 건 맞지만, 모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해는 지금부터다. 꾸준한 경기력으로 앤디 밴 헤켄, 에릭 요키시를 이어 키움 효자 외인 좌완 계보 진입을 노린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이 그의 동력이다. 스프링캠프부터 홍 감독이 “너무 열정적이다. 코칭스태프들이 훈련 강도를 조금은 눌러줘야 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헤이수스는 “나는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이렇게 볼을 쥐고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를 가졌을 때 느껴지는 열정도 사랑한다. 이것이 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게 첫 목표다.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는 당찬 각오까지 덧붙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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