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한번, 인종차별 반대를 호소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대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27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릴 예정인 브라질과 스페인의 평가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계속되는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점점 축구하는 게 싫어진다”고 밝혔다.
비니시우스는 지난 2018년 레알 마드리드에 영입돼 스페인 라리가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그간 숱한 인종차별을 겪으며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2022∼2023시즌 발렌시아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일부 홈 팬들이 그를 향해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쓰레기 등의 이물질을 던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내심이 떨어진 비니시우스는 발렌시아 선수들과의 충돌 끝에 퇴장당하기도 했다.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그를 향해 ‘비니시우스는 원숭이’라는 떼창을 하기도 했으며, 지난 1월 마드리드의 한 다리에 비니시우스의 이름이 적힌 인형을 목 매달아 놓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 1년 반 동안 그를 향한 인종차별로 알려진 사건들만 10여 건에 달한다.
아픔을 안은 비니시우스에게 이번 브라질-스페인 평가전은 특별하다. 소속 클럽팀의 홈 구장에서 고국 브라질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치는 기회기 때문. 아울러 이번 평가전은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일환인 ‘원 스킨(One Skin)’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런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점점 경기에 나가기 싫어진다”는 솔직한 답변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스페인이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고, 그들이 경기장에 있다”며 “그들은 인종차별이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변해야 한다. 23세인 내가 스페인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 유색인종들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며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축구를 계속하고 모든 사람이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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