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대첩 기대했는데 우천 취소?”…‘고려거란전쟁’ 아쉬움 속 유종의 미

 

‘고려거란전쟁’이 귀주대첩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32회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0일 방송된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최종회에서는 거란의 맹렬한 공격 속 위기를 맞은 고려가 역사에 남을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방송에서 ‘고려거란전쟁’은 귀주 벌판을 가득 채운 고려의 대군이 거란군을 포위, 치열한 사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을 생생한 그래픽으로 구현해 감동을 선사했다. 고려·거란군 통틀어 30만명의 군사들을 그대로 재현한 귀주대첩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고려거란전쟁’은 정통 사극에 걸맞은 스토리와 높은 퀄리티로 대하 드라마에 목마른 시청자 갈증을 단숨에 해소했다. 귀주대첩을 그린 최종회마저도 흥행과 작품성을 다잡으며 ‘용두용미’ 해피엔딩을 맞았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고려거란전쟁’은 방송 도중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원작자와 갈등이 불거지는 등 시청자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히 16회 양규(지승현) 퇴장 이후 ‘고려궐안전쟁’이라는 조롱까지 나올 정도로 각색이 지나쳤다는 평이다. 특히 강감찬(최수종)과의 갈등으로 분노에 찬 현종(김동준)이 말을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아무리 갈등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해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성군으로 평가받는 현종을 지나치게 감정적인 존재로 그려냈다는 게 비판 대상이었다. 원작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쓴 길승수 작가는 “대본작가가 자기 작품을 쓰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고 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갑자기 시작된 원정왕후(이시아)의 원성왕후(하승리)를 향한 질투, 그리고 김훈(류성현)·최질(주석태)의 난을 묘사하며 가상인물인 박진(이재용)에 과도하게 몰아준 분량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비판이 중론을 이뤘다. 특히 양규 퇴장 이후 박진이 김훈·최질의 난을 부추기는 빌드업 과정은 17회부터 사망 시점인 29회까지 이어졌다.  

 

극의 중반을 제외한 ‘용두용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하이라이트인 귀주대첩도 다소 김이 빠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규모 전쟁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낸 것과는 별개로 귀주대첩의 승리 장면이 상세히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회에선 등장해 강감찬이 직접 전장에 나와 검차진 대열을 재정비하며 거란군사들을 막아섰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중갑 기병들은 적의 후방을 동시에 공격하며 전쟁의 하이라이트가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거란군이 고려군에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모습 대신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고려군이 환호하는 모습으로 전쟁 승리를 묘사했다. 고려군이 최종적으로 거란군을 어떻게 격퇴했는지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10만명의 거란군이 사실상 전멸을 당한 전투이기에 한껏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전쟁이 우천 취소 됐냐” 등의 우스갯소리로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귀주대첩을 향한 높은 기대감과 압도적인 규모 덕분에 ‘고려거란전쟁’ 32회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로 마지막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은 물론 동시간대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야율융서(김혁)가 화의를 청하는 고려 사신에게 분노하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15.2%(전국 가구 기준)까지 치솟았다. 

 

‘고려거란전쟁’은 16일 토요일 밤 9시 15분 방송되는 스페셜 방송으로 종영의 아쉬움을 달랜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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