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무해한 매력에 흠뻑…대한민국 달군 '판다앓이'

푸바오 신드롬 왜?

귀여운 외모·익살스러운 몸짓
좌충우돌 성장기에 응원·공감
사육사와 환상적 케미도 한 몫
4월 중국 송환 소식에 구름 인파

푸바오의 인기는 거의 동물계의 임영웅, 방탄소년단(BTS) 급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푸바오는 힐링 그 자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특히 오는 4월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푸바오가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소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푸바오를 향한 팬들의 애틋함이 더 커지고 있다.

5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약 170만명의 팬들이 푸바오를 보기 위해 판다월드를 찾았다. 그 이전 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한 규모다. 에버랜드 판다 관련 굿즈 평균 매출도 푸바오 인기 역주행이 시작되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8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제공

‘푸바오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푸바오를 ‘알현’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이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개장과 함께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물론 출판가, 유통가, 방송가 등을 휩쓸고 있는 푸바오는 전방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직장인 N씨는 푸바오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그의 핸드폰 그립톡은 푸바오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용인 푸씨’ 푸바오다. 근무하다보니 판다월드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유튜브 등으로 푸바오의 근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푸바오를 주제로 한 더현대서울 팝업을 찾아 굿즈 구매에도 성공했다.

랜선 이모·삼촌을 자처하는 팬도 많다.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수 보아, 레드벨벳 슬기, 배우 김광규 등은 푸바오 팬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신드롬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단순히 귀여워서’ 한 요소만으로는 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푸바오는 2020년 7월생이다. 힘겨웠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는 동안 희망적인 영상콘텐츠 소비가 급증, 푸바오의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성장형 캐릭터의 기본적인 매력에 사육사 ‘할부지’와 푸바오의 케미가 더해져 아무도 예상 못했던 수퍼스타가 탄생했다.

더현대서울 푸바오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

이수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에게는 귀여운 것을 보게 되면 좋아하게 되는 본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베이비 스키마’라고도 한다. 그에 따르면 몸에 비해 크고 동그란 얼굴, 상대적으로 큰 눈, 작은 입은 사람들이 좀 더 ‘귀엽다,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요소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 판다는 베이비 스키마가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뇌의 신경 네트워크와 호르몬의 변화를 유발시킨다”며 “푸바오와 같은 판다를 더 좋아하고, 귀여워하고, 케어해 주고 싶은 감정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푸바오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영상으로 접할 수 있던 점도 컸다. 누구나 성장기 서사를 좋아한다. 힘든 시기, 희망의 상징처럼 태어나 ‘폭풍성장’하는 모습은 전 국민의 응원을 받기 충분했다.

푸바오의 귀여움을 다양한 캐릭터와 콘텐츠로 만드는 이형기 에버랜드 파크기획팀장은 인기 요소로 ‘공감’을 꼽았다. 그는 “아기 판다라는 푸바오 자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 아이바오와의 모녀간 애뜻함, 사육사님들과의 애정과 소통이 담긴 각별한 스토리의 리얼리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같은 공감가는 스토리와 감성들을 담아 ‘자이언트 바오’, ‘바오 하우스’와 같은 콘텐츠를 개발했다. 겨울 축제도 푸바오 등 판다 가족과 함께 고객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바오패밀리 인 윈터토피아’로 준비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테마파크 비수기로 알려진 겨울철, 지금도 푸바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 오픈런에 나서는 고객이 늘고 있다. 바오 하우스는 예약조차 쉽지 않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정동희 에버랜드 주토피아 팀장(동물원장)은 푸바오의 ‘무해함’을 인기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정 팀장은 “판다 특유의 동글동글한 얼굴 모습과 ‘알고 보니 알바가 들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 나올 정도로 익살스러운 몸짓이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쟁, 심한 스트레스, 개인화가 당연해지는 현대에서 귀여운 판다의 모습을 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혜원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여기에 공감했다. 김 교수는 “일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긴장감을 느끼며,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자극들이 많다”며 “이때 작고 귀여운 아기나 동물들을 보면 굉장히 ‘무해한 존재’로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무해한 존재들을 보는 것 자체가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기분이 좋아지니 실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낮춰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 ‘푸바오를 보면 힐링된다’는 반응은 여기서 비롯된 셈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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