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지만,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 몸의 장기 중 이런 성격을 가진 것이 바로 ‘췌장(이자)’이다.
췌장의 역할은 음식을 소화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든다. 문제는 췌장이 아프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 대표적인 췌장 질환으로는 급성‧만성 췌장염, 췌장 낭종(물혹), 췌장암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흔한 게 췌장염이다. 이 역시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지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췌장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들어봤다.

◆급성‧만성 췌장염 의심 증상은?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의 의심 증상은 다소 차이가 난다. 김영선 센터장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대부분 술을 많이, 오래 마시는 경우 호발한다. 그는 “음주 후 기름진 식사를 한 다음, 상복부 쪽으로 굉장히 심한 통증과 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몸을 앞으로 쪼그릴 때 완화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의 진단은 초기에 증상, 혈액검사 결과 이상 소견으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영상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어느 정도 증상이 진행되면 췌장이 붓고, 주변에 침윤이 생기며, 심하면 일부 조직이 괴사된다. 영상으로는 췌장이 붓는 단계부터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대체로 소화불량을 동반하는 정도다. 김 센터장은 “소화 효소 부족으로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 정도가 나타나다 보니 췌장질환을 의심하기 어렵다”며 “위장약 등을 복용했는데도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다른 문제가 아닌지 확인한다. 이후에도 호전이 없다면 췌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때 주로 복부CT나 복부MR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염 일으키는 원인은
김영선 센터장은 췌장염은 대부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과음한 사람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담석 등도 췌장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주 드물게 자가면역성 질환이나 특정 약물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음주로 인해 유발되는 급성 췌장염이 한 번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의 음주만으로도 반복적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 금주가 필수”라며 “만약 만성 췌장염으로 진단된 경우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는 췌장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보니 MRI 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췌장염이 아니더라도 췌장에 물혹이 있는 상황이라면, 물혹이 국소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이 역시 MRI 등을 활용해 췌장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에서 볼 수 있는 아밀라아제 수치, 췌장염과 관계는?
췌장염 증상이 의심되면 먼저 혈액검사에 나서보는 게 좋다.
일부 의료소비자는 일반적인 건강검진 항목에 많이 포함된 ‘아밀라아제 수치’가 췌장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아밀라아제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췌장 뿐 아니라 침샘 등에서도 분비된다. 그는 “아밀라아제와 함께 ‘리파아제’라는 효소 수치가 같이 오르지 않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급성·만성 췌장염 시 MRI부터? CT 먼저?
김영선 센터장은 췌장염 진단에서 CT와 MRI의 활용 용도는 조금씩 다르다고 말한다. 급성 췌장염은 초기에는 CT를 통해 진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급성 췌장염이 있는데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는 혹시라도 다른 원인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MRI를 활용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이 위축되는 소견과 석회화 진단이 관건이다. 이렇다 보니 MRI보다 CT가 진단에 유용하다. 하지만 진단 이후 췌장암 발생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 정기적인 MRI를 시행하는 게 권고된다.
김 센터장은 “만성 췌장염이 100% 암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만성 췌장염을 가진 경우 췌장암의 발생 빈도가 증가된다는 결과가 있다 보니 이를 진단 받은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사해서 암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게 건강관리 면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췌장의 경우 아파도 증상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이런 것은 암도 마찬가지”라며 “평소 췌장 건강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게 췌장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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