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각하고 보송한 목소리가 더 여유롭고 깊어졌다. 까맣고 하얀 건반이 만든 우주에 다양한 울림이 더해져 감정을 울리는 힘이 몇 배나 커졌다. 객석에 그 흔한 응원봉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 한 마음으로 여름밤 별빛 속을 달렸다.

싱어송라이터 전진희가 2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아무도모르게’라는 제목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정규 3집 발매에 맞춰 마련한 공연이다.
28일과 29일 이틀 간 이어지는 이번 콘서트는 티켓 오픈 직후 전석 매진됐다. 조용하고 여리지만, 강력한 팬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8일 첫 날 공연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가로로 긴 육각형 무대 중앙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키보드가 자리 잡았다. 마주보는 방향에 첼로, 뒷 편으로 베이스와 2명의 기타리스트, 드럼이 전진희를 받쳐주는 포진이다. 전진희는 피아노와 키보드를 오가며 노래했다. 공연 전반부는 건반에 첼로가 더해진 구성, 후반부에는 밴드가 등장해 사운드에 힘을 보탰다.
대형 LED 화면 3대가 학익진처럼 무대를 감쌌다. 영상의 힘은 음악의 감동을 배가 시켰다. 물결이 일렁이고 나뭇잎이 반짝였다. 벚꽃이 떨어지고 창가에 빗줄기가 흘러 내렸다. 공연의 시작과 끝에는 ‘Without Anyone knowing’문구가 디스플레이 됐다. 건반을 누르는 전진희의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전진희는 3집 수록곡 위주로 이날 공연 레파토리를 꽉꽉 눌러 채웠다. 이번 3집은 노랫말, 떠날까, 사소한 이야기, 내게 사랑한다는 말 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아닐 거면서, 우리는 보고 싶다 말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것, 아무도 모르게, 선물 등 거를 곡 하나 없는 구성이다.
디지털 싱글과 스트리밍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곡 모두를 들으며 그 의도를 느끼는 앨범 형태 감상의 장점을 알 수 있게 해준 배려 같았다.
전진희는 이날 공연 중간 중간마다 눈물을 보였다. 타이틀 곡 떠날까 가사를 쓰며 들었던 생각 등 앨범 준비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밴드 소개 시간에 녹음에 참여한 연주자들과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날 게스트로 아무것도 아닐 거면서를 함께 작업한 싱어송라이터 장들레가 나왔다. 장들레는 전진희와 MBTI가 같고, 목소리 음역도 비슷한듯 다르다. 장들레는 전진희와 함께 아무것도 아닐 거면서를 선보인 후 자신의 노래도 선보였다.
시크릿 게스트로 이영훈이 무대에 올랐다. 자신을 ‘기본반찬’이라 할 정도로 전진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이영훈은 이번 앨범에서도 보컬 디렉팅 등 많은 기여를 했다.
예고한 시간 100분이 훌쩍 넘어갔지만 무대와 객석의 열기는 더욱 달아 올랐다. “내 안에 락커가 있다”는 전진희의 말처럼 밴드와 함께 하는 곡에는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이날 공연에서 전진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감사합니다”다. 노래 한 곡을 마칠 때마다 짧게 던지는 그 말에는 묘한 힘이 있다.
전진희는 공연 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내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전경우 기자 kw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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