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원정석을 뒤집어 놓은 그랜드슬램이었다.
김민성(35·LG)이 팀을 단독 1위에 올려놨다. 그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팀 간 4차전 원정경기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9-1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만루포를 터뜨렸다. 그의 활약으로 LG는 시즌 5연승 행진과 함께 27승(1무14패)을 신고해 공동 1위였던 SSG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데칼코마니’ 성적을 내던 공동 1위 팀들의 빅뱅이었기에 관심은 지대했다. 화요일 경기임에도 1만2508명의 관중이 들어찰 정도였다. 홈 평균 관중 2위(1만4927명) SSG의 열정적인 홈 팬들은 물론 이에 맞선 LG 원정 팬들도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 열기에 기름을 부은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LG가 0-1로 뒤진 채 맞이한 4회초였다. 상대 선발 오원석을 흔들어 2사 만루를 만든 후, 이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또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이날의 주인공, 김민성이 타석에 섰다. 0B2S로 카운트가 불리해졌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3구째 시속 127㎞ 체인지업을 잡아 당겼다. 높이 뜬 타구는 훨훨 날아 왼쪽 담장을 넘었다. 좌익수 길레르모 에레디아가 펜스를 타고 올라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가 미칠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SSG랜더스필드는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폴까지 거리가 95m, 가운데 펜스까지는 120m로 전국 구장 중 가장 작다. 좌우 100m, 가운데 125m에 이르는 잠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할 정도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김민성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인천에서의 좋은 기억도 한 몫했다. 그의 직전 만루 홈런도 바로 이곳이었다. 지난해 9월 25일 SSG를 만나 2-2로 맞선 10회초, 김택형에게 결승 그랜드슬램을 뺏어내 팀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이후 240일 만에 다시 인천에서 만루 홈런 맛을 본 그는 커리어 내 5개의 만루포 중 2개를 인천에서 수확하게 됐다. 기분 좋은 궁합이다. 나머지는 사직, 목동, 잠실에서 각 1개씩 나왔다.
또한 상대하는 9개 구단 중 SSG를 상대로 유일하게 안타가 없던 찝찝함도 해결했다. 종전 SSG전 10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던 그는 첫 안타를 무려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개인적인 상성 극복은 물론 팀의 단독 1위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민성이었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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