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과 암이 공존한다.
2023시즌 KBO리그의 뜨거운 감자는 LG다. 신임 염경엽 감독의 지휘 아래 독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발야구’라는 팀 컬러 때문이다.
염 감독은 지난해 부임과 동시에 ‘공격적인 야구’를 표방했다. 다양한 작전을 통해 기동력을 살리는 야구를 공언해왔다.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14경기서 팀 도루 33개를 찍어 1위에 올랐다. 나머지 9팀을 향한 ‘예고 절도’나 다름없는 선전포고였다.
심리전도, 속임수도 아니었다. LG는 3일 현재 27경기서 도루 39개를 성공시켰다. 도루 시도율은 13.7%, 경기당 도루시도 2.44개로 모두 독보적인 1위다. LG 제외 시도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팀은 없다. 각 부문 최하위 KT의 수치가 팀 도루 8개, 도루 시도율 2.5%라는 점을 보면 LG의 기록이 더욱 도드라진다.
문제는 도루 성공률이 58.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팀 도루자 28개로 단연 1위다. 상대도 예고된 ‘베이스 절도’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투수들이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뿌린다. 주자들의 피로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아웃될 확률도 오른다. LG는 팀 견제사 4번으로 역시 1위다. 도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전과 ‘한 베이스 더’를 추구하는 주루플레이로 인해 주루사도 21개로 폭등했다.

자꾸 루상에서 주자들이 사라지다보니 찬물이 끼얹어진다. 지난 28일 KIA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주루사 2개, 견제사 2개, 도루자 1개로 총 5명의 주자가 베이스 위에서 객사했다. 1점 차 패배(3-4)로 분한 마음은 배가 됐다.
이겼던 경기도 찝찝하다. 최근 승리인 2일 NC전(5-3 승)도 김민성과 홍창기가 도루자를 기록했고, 9회초 오지환이 하준영에게 견제사를 당했다.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했다면 LG는 사라진 주자들에 대한 아쉬움에 허덕여야 했다.
‘아픈 손가락’이다. LG는 팀 타율(0.297), 득점(152점), 타점(144점), 안타(272개) 모두 1위다. 팬들이 잘 풀리는 집에 굳이 ‘발야구’가 얹어져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이유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강한 공격 덕에 아직 그 통증이 버틸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심은 이것이 ‘염갈량표’ LG의 성장통일지 혹은 치명상의 발단이 될지다. 모든 것은 또다시 뛸 LG의 두 발에 달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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