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이 선수] 원태인은 조금 힘듭니다, 그런데 이겨낼 겁니다

 왜일까. 갑작스레 슬럼프에 빠졌다. 남몰래 속앓이를 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실마리를 찾았다. 원태인(23·삼성)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힘들지만

 

 우완투수 원태인은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해 토종 선발 에이스로 성장했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서 첫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 1월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3월 초 개막하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2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대표팀의 캠프에 합류했다. 28일(한국시간) 캠프를 끝마쳤다.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원태인은 “계속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를 했다. 가장 좋았을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무척 스트레스받았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내 장점인데 잃어버린 듯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몸 상태가 좋은데도 투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 힘들고 속상했다. ‘공인구가 달라서’라는 핑계는 대기 싫었다”며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소속팀 삼성에서부터 함께해온 정현욱 대표팀 투수코치와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원태인은 “투수는 한 번 감을 잡기만 하면 금방 좋아진다. 투구 영상도 보고 분석도 많이 했다”며 “코치님께서 계속 ‘괜찮다. 분명 다시 좋아질 테니 운동만 열심히 해라’라고 말씀해주셨다. 코치님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요행을 바랄 순 없었다. 스스로 노력해 내 것을 되찾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겨낸다

 

 희망을 봤다. 28일 귀국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불펜 피칭에 나섰다. 대표팀에 소집된 이래 가장 만족스러운 투구를 펼쳤다. 원태인은 “정현욱 코치님과 고민하던 부분이 있었다. 더 잘하려다 보니 몸에 계속 힘이 들어갔다”며 “상체 위주로만 투구하게 됐다. 고치려 해도 잘 안 됐다”고 운을 띄웠다.

 

 그때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조언이 와 닿았다. 원태인은 “상체에 힘을 빼고 하체를 더 빨리 밀고 나가라며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불펜 피칭 때 바로 응용해봤는데 갑자기 공이 확 달라졌다”며 “그동안 머릿속으로 그리던 그 공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고 미소 지었다.

 

 칭찬이 쏟아졌다. 정현욱 코치, 배영수 불펜코치, 심재학 퀄리티컨트롤코치가 모두 입을 모았다. 불펜 포수들까지 합세했다. “그동안 봤던 피칭 중 최고였다. 태인이는 원래 이렇게 던지는 투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태인은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뿌듯해한 뒤 “아직 완벽히 내 모습을 찾은 건 아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70~80% 정도 감을 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WBC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첫 경기 3월 9일 호주전). 국제대회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반드시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

 

사진=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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