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토리] 가장 평범하고 특별한 형제, ‘박세웅-박세진’ 이야기

 여느 형제들처럼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무심한 듯해도 속마음은 다르다. 애정이 넘친다. 프로야구 롯데 우완투수 박세웅(28)과 KT 좌완투수 박세진(26) 형제의 이야기다.

 

◆가장 보통의 형제

 

 이달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재회했다. 형 박세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소집됐고, 동생 박세진은 KT의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야구에 관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편은 아니다. 대신 주위 동료들을 통해 이야기가 오고 간다. 박세진은 최근 라이브 피칭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을 시속 144㎞로 끌어올렸다. 그는 “형이 우리 팀 선배들에게 내 소식을 물어보는 것 같다. 구속 이야기를 듣고 장난으로 ‘걔는 그래도 안 된다. 여기서만 잘하고 한국에선 똑같을 것이다’고 했다더라”며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까지 해온 스프링캠프 중 이번만큼 좋았던 적이 없다. 꾸준히 유지할 것이다”고 전했다.

 

 형의 유쾌한 일침은 계속됐다. 박세웅은 최근 우연히 KT의 스프링캠프 선수단 책자를 봤다. 가장 먼저 동생의 프로필을 살폈다. 그는 “세진이의 키가 잘못됐다. 178㎝ 안 된다.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박세웅의 프로필상 키는 182㎝다.

 

 동생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박세웅은 어떤 형이냐는 질문에 박세진은 “일반 형제들과 비슷하다. 우리 형도 똑같다”며 좀처럼 칭찬을 들려주지 않았다.

 

 

◆가장 특별한 형제

 

 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더욱 각별하다. 박세웅은 경북고 졸업 후 2014년 KT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이듬해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토종 선발 에이스이자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박세진은 2016년 KT의 1차 지명을 거머쥐었다. 1군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형에게 털어놓고 진솔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세진은 2021년 초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이후 체중을 약 15㎏ 감량했다. 행동에 옮기기 전 형에게 “나 살 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었다. 박세웅은 “힘을 쓸 수 있는 몸이 되면 상관없다. 하지만 초반에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박세진은 “근육량을 올리면서 다시 힘을 기르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고, 박세웅은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면 한번 도전해봐라”고 격려했다.

 

 지난 24일엔 대표팀과 KT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박세웅은 등판하지 않았고, 박세진은 KT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투구 수 17개)을 기록했다. 이튿날 박세웅은 “세진이가 경기 후 바로 ‘내 공 어땠어?’라고 물었다. 다 알면서 확인받고 싶어 그런 것 같다. 스스로 느낀 바가 있으면 그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각자 바쁘게 훈련하면서도 휴식일에 시간을 맞췄다. 한식당을 찾아 함께 식사했다. 계산은 박세웅의 몫이었다. 박세진은 “형과 마트도 같이 갔다. 형이 밥을 사줘서 좋았다”고 해맑게 웃었다. 박세웅은 “세진이는 내게 그 누구보다도 잘한다. 세진이만한 동생은 없다”며 진심을 전했다.

 

사진=위부터 박세웅(롯데자이언츠 제공), 박세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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