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 “환상 없는 멜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의 이해’” [스타★톡톡]

배우 문가영이 ‘사랑의 이해’로 진한 멜로의 감정을 안겼다. 이제 ‘믿고 보는’ 문가영의 눈물이다.

 

은행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네 사람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사랑의 이해’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쳤고, 여기저기 과몰입한 시청자가 나타났다.

 

종영 후에도 ‘사랑의 이해’의 여운은 길었다. 13일 열린 종영 인터뷰에서 배우도 취재진도 각자의 생각을 교환하며 때론 진중했고 때론 웃음꽃을 피웠다. 각자가 공감하는 인물의 시선으로 사랑을 바라봤고, 인물과 같이 아파했고 행복해했다. 문가영은 “유독 이번 인터뷰에 토론이 많다”며 웃음을 지었다. “촬영이 끝나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끝난 느낌이 안 들더라. 배우들과 함께 마지막 방송을 보고나니 마무리가 실감 난다”고 했다. 

 

생각했던 대로, 결말을 맺었다. 하상수와 안수영다운 결말이었고, ‘사랑의 이해’에 맞는 엔딩이었다. 열린 결말이라 생각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는 답변이었다. “만날 수도 헤어질 수도, 결혼할 수도 이혼할 수도 있지 않나요. 어쨌거나 돈가스는 먹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문가영에겐 만족감이 비쳤다.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멜로지만 환상이 하나도 없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도 누군가를 만나면 솔직할 때도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너무 사소한 선택이 겹겹이 쌓여 엇갈리기도 하고, 가끔은 타이밍 맞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라고 했다. 

문가영이 연기한 안수영은 KCU은행 영포점 4년 차 주임. ‘영포점 여신’이라 불리는 외모에 업무 능력도 뛰어난 인재. 그 어디보다 계급이 나뉘어 있는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 벽을 쌓아둔 고졸 출신 계약직이었다. 은근한 갑질에 눈 감아야 했고, 향하는 마음도 힘껏 표현하지 못했다. 

 

“표현하는 것보다 참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안수영을 연기하며 문가영은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울음을 참거나 감정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사랑의 이해’는 지극히 상수의 사랑 이야기였다. 수영을 바라보는 상수의 시선에서 시작되고 누군가의 연애사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연애사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며 “수영의 서사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상수의 사랑이기 때문이었다”고 돌아봤다. 

 

문가영은 “과거 회상부터 상수를 좋아했으니 초반에는 상수에 비중을 뒀다. 반면 필요한 순간 있어 주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밸런스 조절을 해야 했다. 상수가 있었을 때, 종현이 있었을 때의 느낌을 확연하게 가져가려 했다”고 설명하며 “다른 게 있다면 상수는 사랑의 작대기가 분명한 인물이었다. 수영은 모르고 감추는 부분이 있었다. (시청자가) 답답해한 것도 이 부분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수를 사랑했고, 종현과 연애했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수영은 각각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가영은 이를 언급하며 “상수와는 눈을 보며 연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수와 대사를 할 때는 시선을 분산하며 이야기했어요. 내 감정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종현은 남동생의 이미지일 수도 편안함에서 오는 감정일 수도 있는데, 눈을 오래 쳐다보고 고개를 많이 끄덕였죠. 100% 의도한 건 감정에 따라 몸의 방향성이 나왔죠. 시청자분들도 다르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시청자를 혼돈 속에 몰아넣었던 경필(문태유)과의 원나잇 에피소드. 이를 두고 문가영은 “주변에서 연락이 와서 수영이의 감정에 관해 묻더라. 내가 말하면 정답이 될 것 같아 말을 아꼈다. 물론 선택에는 좋고 나쁨이 있지만, 수영이는 늘 그렇듯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 번쯤은 ‘전선 자르듯’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일들을 탈피하고자 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무작정 통영을 찾은 상수와의 애틋한 재회신, 그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문가영은 “많은 분이 어려워한 신일 것 같다. 잘 풀리는 줄 알았는데 왜 다시 엇갈리는지 궁금해하시더라”고 운을 뗐다.

 

“16화 대사에 나오듯 수영은 그 시간 동안 (상수에게) 바랐던 마음을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수영이 보기엔 좋은 결말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 같고요. 누구보다 자기 결핍을 잘 알고, 상수를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안 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4년이 지났기에 밝아진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수영이는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뽀뽀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웃음) 우리 삶도 일관성이 없잖아요. 연애는 더더욱 그렇죠.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기보단, 이해 안 되고 용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내 가치관을 돌아볼 기회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안수영처럼 문가영도 잘 참는다. 내색하기보단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다. 반면 수영이처럼 선택을 밀고 나갈 용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실제 연애 경험에 빗대어 보기도 했을까. 문가영은 “소중한 기회가 많았다”고 표현했다. 지나온 감정을 곱씹고, 정리하는 편이다. 연애에서도 그렇다. 특별한 경험이나 횟수보단 그 시간을 정리하며 결론에 도달하고 이를 반복하는 타입이다. 사랑에 있어서는 수영과 상수의 모습을 다 담고 있다.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면 상수처럼 최선과 진심을 다한다”고 했다. 

 

제목부터 ‘사랑의 이해’였지만, 끝내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사랑’과 ‘이해’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단어라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문가영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작품을 마치고 나니 사랑은 이해할 수 없고 어려운 거란 생각이 더 들더라. 내가 나를 잘 모르니까 안수영처럼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를 알게 된다면 사람과의 관계도 더 수월해질 것 같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고 해석했다. 

 

혼자 앓고 감추고 참아내는 수영을 연기하며 ENTJ였던 MBTI가 INTJ로 바뀌었다. 비록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점점 뜨거워진 반응에 수영을 택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좋은 작품을 알아봐 주는 시청자가 있다는 것, 앞으로도 성적에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방향성에 따라 같은 속도로 걸어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이해’가 가져다준 확신이었다. 

 

2020년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을 시작으로 유독 멜로에 강한 문가영이다.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 작품에 이어 tvN ‘여신강림’으로 로코에 도전했고,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로 다시 ‘눈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작품 선택의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마음 가는 캐릭터’다. 문가영은 “어릴 땐 액션이나 사극이 하고 싶다는 특정한 바람이 있었다면, 이젠 그 시기에 가장 고민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한다. 앞으로도 장르를 택하기보단 좋은 작품이 있으면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사랑의 이해’를 만난 것처럼 올해도 스물여덟 문가영의 마음에 꽂히는 좋은 작품을 만나길 소망한다. “오랜만에 휴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소한 행복을 즐기는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더했다. 

 

끝으로 재회한 상수에게 수영이 던진 질문을 문가영에게도 물었다. 그가 찾은 ‘내일의 행복’은 무엇이냐고. 문가영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어른들이 가끔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런 말을 듣다 보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다 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웃음) 예전엔 거절하는 것도 힘들어 다 해줬는데, 이제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려 해요. 내가 먹고 싶은 걸 시켜먹는 소소한 행복부터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 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내일의 행복’이에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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