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 따뜻한 울림을 선사한다. 45년 만에 부활한 한국의 스톱모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이하 엄마의 땅)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총 제작기간만 3년 3개월, 한 컷에 최장 8시간까지 소요될 정도로 품이 많이 든 작품이다.
10일 용산 CGV에서 애니메이션 ‘엄마의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박재범 감독)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재범 감독과 이윤지 미술감독, 배우 김예은이 참석했다.
‘엄마의 땅’은 설원의 소녀 ‘그리샤’가 아픈 엄마를 구하기 위해 전설의 ‘붉은 곰’을 찾아 떠나는 미라클 어드벤처.
박재범 감독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여건 자체도 좋지 않았지만 개봉했기 때문에 관객분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극장 밖을 나가셨을 때 한 분이라도 더 한국에도 이런 애니메이션 작업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다“며 개봉을 즈음해 소감을 밝혔다.
45년 만에 큰 도전이었다. 스톱모션은 ‘콩쥐팥쥐’(1977)가 마지막일 정도로 맥이 끊겼다. 그렇다면 굳이 스톱모션으로 그려낸 이유는 뭘까. 박 감독은 “제가 너무 좋아해서인 점도 있다. 지금은 3D나 기술들이 너무 발전돼 있다. 스톱모션은 아날로그한, 사람 자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본다. 사람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보고 무조건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CG를 배제했다. 불, 바람, 오로라도 스톱모션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제 의식이 명확하다. 대자연 속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주인공인 그리샤는 침략자에 맞서며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게 된다. 박 감독은 “자연보호라기보단 지금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라 생각한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가져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후의 툰드라’라는 다큐멘터리가 시초가 됐다. 거기서 나오는 게 ‘필요한 만큼만’이었다”라고 했다.
이윤지 미술감독은 주인공인 그리샤 목소리도 담당했다. 그는 “가녹음을 진행을 했는데, 원래 제 목소리를 사용할 계획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캐릭터의 움직임도 많이 잡았기 때문에 이해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 거 같다. 재미있고 의미가 큰 작업”이라고 회상했다.

배우 김예은은 슈라 목소리를 담당했다. 그는 참여 계기에 대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해보고 싶었다. 엄마로서 뭘 해본 적은 없지만 그리샤가 갖고 있는 여성서사가 좋았고 인물들이 멋지다고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 장면이 좋았다”고 소감했다. 25일 개봉.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사진=스틸컷, 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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