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박지현 “돈·명예보단 행복 중요…모현민과 달라” [스타★톡톡]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유미의 세포들’로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포텐을 터트렸다. 매 작품 욕망을 드러내며 극을 뒤흔든다.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박지현이다. 

 

25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회귀물.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치밀한 미스터리와 음모, 상상을 초월하는 승계 싸움이 휘몰아쳤다. 지난 18일 첫방송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6.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3회 단박에 10%를 넘어섰고, 방송 4주차인 11회 21.1%를 기록했다. 마지막회는 자체 최고 수치인 26.9%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1년 가까이 촬영하며 긴 시간 호흡했고, 예상보다 많은 사랑과 응원이 뒤따랐다. 21일 종영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지현은 “충분히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감개무량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대본을 보고 작품의 흥행을 예상했다. 앞서 캐스팅 된 선배들의 면면을 보고도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잘 될거란 믿음이 있었지만 이정도로 화제가 될거라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천운이었다”는 말에도 기쁨이 묻어났다. 

 

박지현은 ‘재벌집’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그가 맡은 모현민은 진양철의 장손이자 진영기(윤제문)의 장남인 진성준(김남희)의 아내로 자신의 자식이 순양의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욕망 가득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스타일링까지도 화제가 됐다. 저돌적이지만 내면에 숨기고 있는 바도 있었다. 눈빛은 덜어내고 화술은 더 임팩트 있게 강약조절에 나섰다. 단조롭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표현했다. 

 

모현민에 대해 박지현은 “진취적인 캐릭터다. 능동적이고 솔직하고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속으로 생각하지만 실천하는게 어렵지 않나. 용기있고 똑똑했다”고 해석했다. 연기하는 동안 박지현 역시 모현민에 매력을 느꼈다. “모현민처럼 당당하게 요구를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부럽더라. 시청자도 현민의 모습을 닮고 싶고, 그 모습을 보며 통쾌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부유한 재벌가의 화려한 손자 며느리. 모현민은 시대상을 반영해 스타일링을 시도했다. 박지현이 직접 구매한 모자나 악세서리를 착용하기도 했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과 한마음이 되어 노력했다. 20대와 40대를 같은 시간에 연기해야했기 때문에 차이를 두려했다”는 박지현은 “1990년대와 2020년대 초반 패션쇼도 참고했다. 모델의 아웃핏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을 많이 참고해 지금의 현민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노력을 전했다.

 

‘재벌집’은 동명의 인기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경험했던 박지현은 “원작의 존재를 알지만 보지 않았다. 원작과 이름도 달랐고, 대본에 쓰여진 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유미의 세포들’을 촬영하며 원작과의 혼동을 느꼈고, 그 경험을 통해 ‘다음엔 대본만 봐야지’하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모현민은 야망이 가득했다. 자식에게 순양을 물려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진도준(송중기)에게 접근했지만 거절당하고 진성준(김남희)를 택했다. 먼저 진도준을 향한 마음에 관해 묻자 박지현은 “현민의 인생에서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성공과 명예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만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잠깐의 설렘은 있을 수 있지만 도준에게 거절 당한 뒤 바로 성준과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은 야망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후 성준의 킹메이커로, 도준은 없어져야 하는 존재였다”고 답했다. 

 

결혼 후 모현민은 달라졌다. 온기 없는 부부였지만, 진성준을 순양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결혼 전에는 옆가르마였다면 결혼을 하고 나서는 재벌가 며느리답게 앞가르마도 바뀐다. 결혼 전 짧은 치마에 롱부츠, 진한 립스틱을 발랐다면 결혼 후에는 전형적인 며느리 스타일이 된다. 성준과 둘이 있을 때는 결혼 전 현민이로 조금 돌아가기도 한다. 연기적으로도 결혼 전, 후에 신경을 썼다”고 비교했다. 

‘재벌집’ 현장은 배움의 장이었다. 이성민을 필두로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 등 대선배들의 열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진성준과 모현민의 결혼식에서 진양철(이성민)의 “내가 제일 사랑한 자식이 누군지 너 모르냐. 순양이다”라는 대사를 읊으며 “‘압도 당했다’는 말이 이해 됐다. 선배님들은 내가 생각하는 경우의 수,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했다. 연극을 관람하듯 선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모현민은 CCTV’라는 댓글을 언급하며 웃은 박지현은 “직관할 수 있는 CCTV라는 말이 맞았다. 행복했고, 촬영 날만을 기다렸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고 영광이었다”며 여전히 설렘을 간직한 듯 이야기했다.

 

똑부러지고 야망 가득한 모현민을 연기했지만, 실제론 모현민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는 “닮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 현민처럼 살라고 해도 못 살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모현민처럼 욕심이 많지도 않다. 돈과 명예보단 오늘의 행복이 더 중요한 사람, 때론 누구보다 즉흥적인 성격의 박지현이다. 

 

만일 내일 후회할 지라도 오늘 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도 않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방문으로 화제가 됐던 박지현이다. 이 역시 ‘즉흥적’으로 떠난 짧은 여행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본방사수를 하던 어느 토요일 밤, 우리나라 대표팀의 16강 진출 소식에 동생이 카타르 행을 제안했다고. “어떻게 가냐고 했는데 경기 티켓도 호텔도 다 있더라. 동생이 경비만 내라고 해서 딱 2박 4일 다녀왔다”고 답한 박지현은 “세계인의 축제에 함께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처음 느꼈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태극기를 두르고 나갔는데 각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국기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더라. 경쟁이 아닌 축제를 즐기고 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MBC ‘왕은 사랑한다’(2017)로 안방극장에 데뷔한 박지현은 공포영화 ‘곤지암’(2018)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tvN ‘은주의 방’(2018), MBC ‘신입사관 구해령’(2019) 등에 출연했고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와 티빙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전형적인 여성캐릭터를 벗어나 주체적이고 똑부러지는 캐릭터를 맡아왔다. 다양한 장르를 접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 박지현은 “실제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갖고 싶은 게 있어도 말 못하는 삼남매의 둘째다. 그래서 연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갈등을 유발하며 미운 털 박힐 수 있는 캐릭터지만, 그 또한 캐릭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갈등이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미지로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내년에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영화 ‘히든 페이스’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재벌집’ 덕에 대본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박지현은 “대본 자체가 재밌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좋은 작품을 선택해서 내년엔 더 다양한 캐릭터, 많은 작품으로 만나뵙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오디션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박지현은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네가 못 한게 아니라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엔 그냥 해주는 말이겠지 했는데, 그렇게 믿으니 자책하지 않게 되더라. 캐스팅 안 된 작품도 챙겨보는 편인데 나라도 그 배우를 캐스팅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내 이미지와 맞는 작품이 나오겠지 생각했다. 좌절하지 않고 믿음으로 버텼다”고 강조했다. 힘든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건 연기를 향한 마음이다. 

 

“단순히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변하지 않았던 건 연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배우로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생겼지만, 여전히 연기가 재밌어요.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로 행복해요. 앞으로도 재밌게 연기할 거라 믿어요. 포기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아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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