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들이 쏘아올린 연쇄 변화…등번호 속 비밀

선수들에겐 등번호도 중요하다.

 

스포츠 세계에서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또 다른 이름이다. 상징성이 큰 동시에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자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18번 선동열, 61번 박찬호, 36번 이승엽(이상 은퇴), 17번 추신수(SSG), 99번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은 하나둘 등번호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유독 이동이 많았던 만큼 그로인한 등번호 연쇄 움직임도 눈에 띈다.

 

팀을 옮기더라도 같은 등번호를 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 새롭게 NC 유니폼을 입게 된 손아섭과 박건우는 이전 팀에서 썼던 31번, 37번을 그대로 달았다. 이 과정에서 천재환이 두 번이나 번호를 바꾸는 일도 있었다. 나성범(KIA)도 47번을 계속 유지한다. 작년 KIA의 47번은 투수 김유신이었다. 박병호(KT)에겐 행운이 따랐다. 원했던 52번이 공석이었던 것. 정주후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52번에서 16번으로 등번호를 바꾼 덕분이다.

 

새 번호와 함께 힘찬 출발을 다짐한 이들도 있다. LG에 새 둥지를 꾸리게 된 박해민은 올해부터 17번을 달고 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사용했던 번호다. 아내와 연애를 시작한 날, 아들 생일(이상 1월 7일) 등 개인적으로 특별한 숫자이기도 했다. 기존 17번 주인이었던 최동환이 흔쾌히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도환(KT)은 30번을 달았다. 

 

반대로 공석이 된 번호는 어떨까. 롯데에선 나승엽이 손아섭의 31번을 이어받았다. 나승엽은 “작년에 달았던 51번도 좋지만, 31번은 롯데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의 번호를 이어받은 만큼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건우의 37번은 김대한이 받았다. NC는 나성범의 47번을 한 시즌 비워두기로 했다.

 

오고가는 정 속에 동료애가 싹튼다. 과거 등번호를 넘겨받으면 가볍게 식사대접을 하곤 했다. 추신수가 오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2월 SSG에 입단한 뒤 자신에게 17번을 양보해준 이태양에게 명품시계를 선물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으나 이를 계기로 KBO리그에도 퍼졌다. 작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 합류한 양석환도 53번을 쓰게 도와준 오명진에게 마음을 전했다. 올해도 몇몇 선수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려 준비 중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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