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28·삼성)은 언제 어디서든, 야구에 진심이었다.
프로야구 삼성은 지난해 정규시즌 8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5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선수가 있었다. 구자욱이다. 그라운드 위 대신 관중석에서 두산과 KT의 경기를 관전했다. 이후 두산과 NC가 맞붙은 한국시리즈도 직접 관람하러 갔다. 구자욱은 “시즌 끝나고 할 게 없어서 그랬다”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야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런 큰 경기를 보며 스스로 느끼는 점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갔다. 많은 것을 얻었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는 가을 무대에 직접 섰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서 상대를 기다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4위 두산을 만났다. 구자욱은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못지않은 큰 세리머니로 열기를 달궜다. 그는 “작년에 관중석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니 활약하고 세리머니 하는 선수가 멋져 보였다. 나도 팬분들께 조금이나마 감동과 재미를 드리고 싶었다”며 “멋있어 보이고 싶기도 했다. 큰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미리 준비하지는 않았다. 매 순간 즉석에서 떠오르는 것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도 열심히 대비했다. 지난 9일 1차전을 앞두고 두산 선발 최원준에 대해 공부했다. 최원준은 올해 정규시즌서 삼성전 4경기 25이닝에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0.36으로 호투했다. 구자욱은 “워낙 볼 컨트롤이 좋은 선수다. 개인적으로 분석해보려 했다”며 “NC 나성범 선수가 굉장히 잘 쳤더라.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전했다. 나성범은 최원준을 상대로 타율 0.385(13타수 5안타) 4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구자욱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망설이지 말고 자신 있게 치자고 다짐했다. ‘공 보고 공 치기’를 하려 했다”고 밝혔다.
절실했지만, 구자욱의 가을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삼성이 플레이오프 3전2선승제 승부서 두산에 내리 2연패를 당했다. 아쉬움이 짙다. 그래도 구자욱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다음 시즌 한 뼘 더 성장해 돌아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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