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한 시즌이 시작되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스케줄 표는 KBO 운영팀 손에서 탄생한다. 자세한 과정을 공개한다.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정규리그
대개 6월부터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9월 전 각 구단 단장이 중심이 된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경기 일정 작성 원칙을 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일정을 짠다. 대원칙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형평성이다. 구단 간 이동거리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조정한다. 운영팀 관계자는 “수도권 팀과 지방 연고 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급적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NC(창원), 롯데(부산), KIA(광주) 세 팀은 수도권 경기 시 원정 9연전을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요소도 고려한다. 관계자는 “팀마다 홈에서 주말(금·토·일)에 12~13경기를 열 수 있도록 한다. 라이벌전이나 스페셜 매치, 날씨가 좋은 봄(4·5월) 등 흥행 포인트를 균등하게 배분하려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수작업으로 전 경기 일정을 직접 만들었다. 이후 전문 업체에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고 2015년부터 이를 활용했다. 여러 편성 원칙들을 주문 값으로 입력한다. 개막전은 2년 전 상위 5개 팀이 홈구장에서 열고, 홈 혹은 원정경기는 최대 6연전까지 가능한 것, 올스타전 및 휴식기, 동일 대진 간격 등을 기본값으로 넣는다. 프로그램을 수차례 돌려 수백 가지 일정을 뽑아낸 뒤 운영팀이 최선의 한 가지를 골라낸다. 완성까지 소요 기간은 약 2~3개월이다. 일정은 가급적 전년도 12월 전에 발표한다.

◆수작업으로 공들이는 잔여경기
정규리그 외에는 운영팀이 손수 작업에 나선다. 취소돼 재편성해야 하는 잔여경기, 시범경기, 2군 퓨처스리그 일정이 해당한다. 그중 잔여경기는 달력을 뽑고 취소된 경기들의 말을 만들어 하나씩 놓으며 짜나간다. 관계자는 “이동거리 균형을 최우선순위로 삼는다. 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구단부터 잡아나간다”며 “각 구단의 홈 최종전이 너무 일찍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비일은 일정을 다 짠 뒤 빈 날에 자동으로 채워진다”고 전했다.
올해 잔여경기 일정 발표 후 팀별 유불리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거리, 연속 더블헤더 등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관계자는 “일정을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잔여경기가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았고 팀별 경기 수 차이도 컸다. 11월 안에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끝내야 한다는 대원칙도 지켜야 했다”며 “리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변수도 있었다. 작년, 재작년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서로의 이해가 조금 더 필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대한 동선을 배려하려 했고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했다. 특정 팀의 경기가 홈에서 혹은 일부 지역에서 많이 취소된 것은 우리 영역에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연속 더블헤더 역시 처음부터 일정이 그렇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추후 생긴 우천취소 경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됐다. 우리도 걱정했던 상황이었다”고 조심스레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1년 내내 보완법을 고민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등의 사례도 참고하며 계속해서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운영팀은 지난 9월 각 구단 단장들과 실행위를 가졌다. 이미 2022시즌 일정을 다듬고 있다. 관계자는 “한 시즌 무사히, 큰 사고 없이 마쳤을 때 가장 감사하다. 보람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야구계 종사자들뿐 아니라 팬분들도 경기 일정에 영향을 받는다.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더 많은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관중석이 조금씩 차는 그날을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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