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최예빈 “‘펜트하우스’는 내게 고향 같은 작품”

시즌제의 성공을 이끈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극 중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헤라팰리스의 아이들, 일명 ‘헤라 키즈’ 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배우 최예빈이다. 악독한 감정 연기부터 애잔함을 자아내는 가정사까지 입체적인 변화상을 그리며 세 시즌을 물들였다.  

 

 지난 10일 종영인터뷰를 통해 만난 최예빈은 “오랫동안 촬영한 첫 드라마다. 종영이 시원섭섭하다.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며 아쉬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여느 학생 역할으로 참여한 오디션에서 천서진(김소연)의 딸 하은별 역으로 낙점됐다. 그는 “붙을 거라는 기대도 욕심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마음 편히, 후회없이 오디션에 임할 수 있었다.

 

 캐스팅 소식 이후 하은별에 관한 설명이 담긴 두꺼운 A4용지 더미를 받았다. 유명한 재단, 성악가의 딸.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2인자에 머무는 아이. 최예빈이 바라본 하은별은 ‘고슴도치’ 같은 인물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뾰족하게 새운. 찔린다고 아프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촬영하며 최예빈이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은별이는 외로움이 많고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걸 직접 경험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1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하은별이 되어 살아왔다. 캐스팅되고 성악 레슨을 시작하고 ‘펜트하우스’와 사계절을 모두 경험했다. 

 ‘헤라 키즈’의 중학교 3학년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긴 기간이 비쳤다. 최예빈은 하은별이 아이처럼 시작해 점차 천서진처럼 세련된 모습을 닮아가고 싶은 인물일 거라 생각했다. 스타일링조차 엄마의 영향을 받는 딸이라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 또 시즌 초반 하은별은 자기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표현에 서툰 아이였다면, 점점 사회생활을 하고 유명한 엄마를 신경 쓰게 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바꿔갔다.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는 행동이 대본에 명시되어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그걸 은별이의 시그니처로 만들자고 하셨죠. 그러다 시즌2에서 김소연 선배님이 머리를 넘기지 말라고 혼내는 장면이 있어요. 천서진이라면 은별이의 그런 행동을 제지했을 거라 생각해요. 이후 은별이는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 소심하게 머리카락 아래쪽을 만지게 되죠.”

 

 마음속에 온갖 시기와 질투를 키우며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됐다. 자신을 위한 엄마의 악행을 보면서도 눈을 감았다.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수두룩했다. 최예빈은 “극한의 상황들 속에서 분출하다 보니 연기를 하는 나 자신은 오히려 건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최예빈은 “현장에서 가장 리얼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마주쳤을 때 현실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고 말을 할지 흐름을 따라갔다. 하은별의 ‘불안’에 공감하기도 했다. 비록 은별이가 느끼는 감정의 폭이 더 크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은별이를 이해하고 감정을 쌓아나갔다. 

 

 학창시절의 악행, 부모님의 죽음까지 절대 녹록지 않은 삶을 꾸려왔다. 그에게 하은별은 어떻게 살게 될지 앞으로의 삶을 물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 최예빈은 “은별이의 20대는 주체적으로 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방송된 부분까지만 생각한다면 은별이는 20대를 금방 마감할 것 같다”고 했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3년간 버텼지만, 그런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은별이가 쥐고 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갈 것이기 때문. 그는 “마지막까지 은별이를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지만, 은별이가 힘을 내서 살 수 있게 안타까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소연, 이지아, 유진, 신은경, 엄기준 등 배우계의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신인 배우로서 보기 드문 배움의 현장이었다. 최예빈은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부담되는 만큼 스스로 이겨내는 게 스스로에게 준 임무였다. 누가 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펜트하우스’는 제게 고향 같은 작품이에요. 내 안에 베이스캠프처럼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아요.”

 

 첫 작품부터 큰 인지도를 쌓았다. 최예빈이라는 이름보다 작품 속 ‘하은별’이라는 이름이 각인된 작품이었다. 자칫 부담될 법도 하지만 그는 “다음 작품에서는 그 작품 속 인물로 기억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은별이로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의 마음을 받아서 또 다른 모습의 ‘배우 최예빈’을 기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기작에서는 은별이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밝은 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거든요. 제가 어떻게 (연기)할 지 궁금하기도 해요. 언젠간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선배님들의 연기가 무척 멋지게 느껴지더라고요. 액션이나 활동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습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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