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힙스터’ 이날치 밴드, ‘범 내려온다’ 시작으로 훨훨 날았다 [뮤직]

지난해 퓨전 국악그룹 이날치와 앰비규언스 댄스컴퍼니의 ‘범 내려온다’로 화제를 모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이 이번에도 화제다. 시즌2로 선보인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는 힙합 뮤지션들과 협업해 한국의 미를 담아냈다. 성공적인 시리즈의 시작이 된 이날치의 음악 역시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치밴드는 지난해 대중문화계를 뒤흔들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협업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누적 조회 수 6억뷰를 돌파했다. 현대적 감각의 판소리로 재해석한 곡 ‘범 내려온다’는 마성의 기운으로 대중에게 스며들었다. 2020 KBS 국악대상 단체상,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 등 수상 내역도 빛난다. 

 

이날치밴드를 스타덤에 올린 한국관광공사의 ‘범 내려온다’는 지난해 7월 처음 올려진 후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총 누적 조회 수 6억 뷰를 넘어섰다(2021년 1월 기준). 서울, 부산, 전주, 강릉, 목포, 안동 등 6곳의 지역을 배경으로 우리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앰비규언스 댄스컴퍼니의 춤사위로 감칠맛을 더했다. ‘조선 힙스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독보적인 색깔을 구축했다. 

‘범 내려온다’는 지난해 5월 발표한 이날치밴드의 첫 번째 정규앨범 ‘수궁가’의 타이틀곡이다. 2019년 12년 매달 2곡의 싱글을 발표하는 ‘수궁가’ 프로젝트를 출발한 이날치는 ‘어류’, ‘토끼’, ‘호랑이’, ‘자라’ 네 장의 싱글에 이어 5월 ‘수궁가’ 꽉 찬 앨범을 완성했다. 80년대 신스팝에 뉴웨이브가 엿보이는 드럼과 베이스, 그 위에 판소리가 교차하며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소리를 선사했다. 자칭 얼터너티브 팝 밴드. 거창하진 않지만 조금은 특별한 댄스 음악, 대한민국의 ‘흥’을 알리는 것이 이날치 밴드가 추구하는 바다.

 

‘범 내려온다’는 첫 정규 ‘수궁가’의 타이틀곡으로 ‘육지에 올라온 별주부가 ‘토생원’을 부른다는 게 ‘호생원’이라고 잘못 불러 일어나는 이야기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의 익숙한 도입부는 이제 듣기만 해도 이날치밴드를 떠올릴 수 있는 구절이 됐다. 

이날치밴드는 음악감독 장영규를 중심으로 베이스와 드럼 각 1명, 소리꾼 4명으로 구성됐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이경숙)를 그대로 차용해 탄생한 팀명.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치는 영화, 드라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장영규 감독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2018년 베이스 장영규, 드럼 이철희와 국악을 전공한 보컬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이 음악을 매개로 모였다.  꾸준히 이날치의 색을 굳힌다. 올해 2월에는 디지털 싱글 ‘여보나리’로 다시 한 번 수궁가를 다뤘다. 수궁가 중 여보나리 대목을 개성 있는 편곡과 음악성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밖에도 광고 모델, 음악 방송, 예능 출연 등 다각도로 활동하고 있다. ‘범 내려온다’만큼 익숙한 음악도 생겼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의 OST ‘광자매 납신다’가 그 예다.

 

‘광자매 납신다’는 ‘춘향가’ 가운데 변학도가 분을 내어 춘향을 잡아내리는 대목인 ‘신연맞이’ 의 일부와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의 일부를 차용해 재구성한 맞춤형 OST다. 첫 방송에 앞서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그리고 주연 배우들이 협업한 깜찍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했다. ‘오케이 광자매’의 이진서 감독은 “이날치 밴드가 판소리 베이스의 퓨전 밴드다. ‘범 내려온다’를 듣고 문영남 작가의 해학, 풍자, 익살 등이 떠올랐다”고 협업의 출발점을 전한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공연이 어려워진 상황. 앞서 이날치밴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장감 있는 페스티벌에서 뜨거움을 느끼고 싶다”고 소망한 바 있다. 아쉬운 마음을 달려며 오는 10월 비대면으로 열릴 ‘제16회 2021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항상 곁에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소리. 이날치 밴드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판소리는 더는 옛스러운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됐다. 재해석, 재조명의 가치를 증명한 밴드 이날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하이크, 이날치 밴드 공식 SNS,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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