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방출 걱정만 5년…NC 류진욱 “명단서 이름 지울게요”

 정규시즌을 마친 뒤 휴대폰을 바라보는 일이 무서웠다. 전화 알람이 뜨면 심장이 덜컥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야구장에서 짐을 빼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당장 정리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불안과 동행만 벌써 5년, NC 투수 류진욱(25)은 “올해는 명단에서 내 이름 지우겠다”고 했다.

 

 부산고 출신 류진욱은 꽃길을 앞에 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5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21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동기가 구창모(전체 3순위)다. 첫해부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지명순위와 기대치, 어린 선수들이 즐비한 당시 팀 사정상 류진욱은 구창모와 함께 팀의 미래를 이끌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가시밭길이었다. 1군 데뷔까지 5년이 걸렸다. 류진욱은 “참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퓨처스리그서 첫해를 마친 뒤 2년 차에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인대접합수술을 겪고 군 복무를 시작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약 2년 동안 재활에만 매진했다. 평일 저녁에는 개인 재활, 주말에는 진해에 마련된 구단 C팀 훈련지를 찾아 팔꿈치 관리에 힘썼다. 다시 NC 유니폼을 입고 공을 잡았다. 승승장구해야 할 시점에 류진욱은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이라고 했다. 통증이 재발했다. 고민 끝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때부터 류진욱은 매년 연말마다 긴장했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넘어 당장 정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스스로 ‘남아야 할 명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류진욱은 “아직 내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한 살씩 추가될 때마다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정말 컸다. 재활을 너무 길게 하다 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입단 동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잘하고, 신인 선수들은 매년 들어오는데 나는 1군 데뷔도 못 하고 있었다. 정말 화가 나는데 풀 데도 없더라”고 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칼바람이 부는 시기가 지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불안감에 떨면서도 공을 잡았다. 다행스럽게도 팔꿈치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데뷔전을 치른 뒤에는 자신감도 붙었다. 지난 5일 창원 롯데전서는 구원 등판해 데뷔 첫 승을 챙겼다. 바로 부산 본가로 향해 5년 동안 묵혀뒀던 환호를 가족과 풀었다. 류진욱은 “아무리 힘들어도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더 잘해서 명단에서 내 이름을 꼭 지우겠다”고 웃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