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미래를 잃은 발렌시아

 

‘토레스에 이어 이강인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가 또 한 명의 미래를 잃었다. 이강인(20)이 팀을 떠났다.

 

 발렌시아는 3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강인과의 계약 종료를 알렸다.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팀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받았단 이강인은 그렇게 떠났다. 다소 허무한 끝맺음이다.

 

 처음 연을 맺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막을 내릴 줄은 몰랐다.  이강인은 지난 2011년 불과 10세의 나이로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했다. 차세대 스타의 탄생을 기대케했다. 실제 이강인은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17세가 되던 2018년 10월 스페인 국왕컵을 통해 한국 선수 최연소 유럽 1부리그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100억원)가 포함된 1군 계약을 맺으며 꿈꾸던 발렌사아 프로 선수가 됐다.

 

 상승세는 계속 됐다. 그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해 맹활약했다. 한국 최초로 FIFA 주관 결승전으로 팀을 이끌었고 준우승을 거뒀음에도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받았다. 유럽 언론이 선정한 차세대 스타 명단에도 꾸준하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밟으면 공격 윤활유 역할을 해냈지만 주전으로서의 입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유망주로서 로테이션 멤버에 그쳤다. 이에 이강인은 꾸준하게 이적을 꾀했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서도 팀을 떠나기 위해 움직였다.

 

 발렌시아도 이미 마음이 떠난 이강인을 잡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이별을 노렸다. 최소한의 이적료를 챙길 계획으로 결별을 준비했다.

 

 그 사이 발렌시아는 브라질 공격수 마르쿠스 안드레를 영입했다. 이강인이 떠날 것을 고려한 공격수 보강이었다. 하지만 이강인에게 마땅한 제안이 들어오지 않았다. 선수도 구단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비 EU 선수는 3명까지 밖에 보유할 수 없는 라리가 규정 때문에 안드레를 선수 스쿼드에 등록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발렌시아는 마음이 떠난 이강인을 스쿼드에서 빼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이강인은 이적이 아닌 계약 해지로 팀을 떠나게 됐다.

 

 발렌시아의 패착이다. 발렌시아는 한때 라리가를 대표하는 명가였지만 지금은 중위권 구단으로 전락했다. 예전과 같은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자연스레 실력있는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전력이 약해지면서 순위표도 같이 추락했다.

 

 윈나우를 포기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망주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이강인과 함께 발렌시아 유스 출신 중 최고로 꼽혔던 신성 페란 토레스를 적은 이적료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로 보냈다. 그렇게 허무하게 미래를 잃은 뒤 1년 만에 이강인을 자유계약선수(FA)로 놓아줬다.

 

 구단은 영리하게 팀을 운영하지 못했지만 이강인은 예의를 갖췄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발렌시아와 팬분들께 존중의 의미를 담아 작별을 알린다. 이제 내 앞에 놓인 미래에 맞서겠다. 발렌시아에서 선수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했다.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이별 소감을 전했다.

 

 사진=이강인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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