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맹활약을 펼친 배우 이재인이 ‘라켓소년단’으로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9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 선수로 뭉친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 최종회에서 라켓소년단은 소년체전 우승의 꿈을 이루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재미와 감동, 열정과 우정이 가득했던 ‘라켓소년단’에서 이재인은 최연소 국가대표를 꿈꾸는 천재 배드민턴 소녀 한세윤으로 분했다.
한세윤은 최종회에서 ‘국대 여신’ 임서현(권유리)를 꺾고 최연소 국가대표 자리를 꿰찼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멋진 서사로 시청자에게 울림을 줬다. 3일 종영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재인은 “‘라켓소년단’이라는 따듯하고 좋은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작품이 여러분의 인생 한순간에 기억되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장면을 마지막 날 촬영하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그다. 이재인은 “마지막 스매시를 치면서 드라마가 끝난다는 게 느껴지더라. ‘라켓소년단’이 끝이구나. 우리가 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섭섭함을 털어놨다.
배드민턴은 체력이 주요한 운동이었다. 선수들의 훈련 방식을 따라 하며 배드민턴이라는 종목에 접근했다. 일명 ‘약수터 배드민턴’과 전문적인 배드민턴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감한 그의 경험을 물었다.
“가만히 서서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가장 다른 건 스텝인 것 같아요. 선수들은 멀리멀리 빠르게 이동하면서 운동하죠. 4∼5개월 동안 그 연습에 집중했어요. 일주일에 두세번은 꾸준히 연습했고, 촬영에 들어가면서는 틈틈이 연습하려고 노력했어요. 코로나 여파로 코치님께 일대일로 레슨을 받았는데, 기본 스텝부터 선수들의 자세나 폼을 연습했죠.”
한세윤에겐 어른스럽고 단단한 모습이 있었다. 이재인은 “이전에도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모습을 지닌 캐릭터를 많이 맡았고, 그런 연기에 자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세윤은 정말 멋있는 인물이었다. 선수로서의 커리어도 사람으로서도 그랬다. 내가 존경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멋진 캐릭터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만족했다.
‘라켓소년단’은 10대의 신인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되레 화제가 됐다. 이재인은 “부담감도 느껴졌지만 큰 기회고 감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 나이대에 이렇게 특징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이 많지 않거든요. 이번 기회로 한세윤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한세윤은 말 그대로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초반 냉철하고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철저했던 그가 후반부로 갈수록 유하게 변해갔다. 이재인도 이 점에 주목했다. “친구들과 관계를 쌓으며 또래와 비슷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그는 “배우들이 대부분 오빠와 동생들이었다. 다 친구처럼 어울리며 촬영했다”고 답했다.
한세윤의 모티브는 실존 인물인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에서 따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활약한 안세영 선수를 언급하며 그는 “세윤이가 하는 세레모니도 안세영 선수가 했던 세레모니다.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배우고 많은 걸 참고했다.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알게 되면서 더 열심히 배우고 따라 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라켓소년, 소녀단의 ‘진짜’ 배드민턴 실력도 궁금했다. 이재인은 용태 역의 김강훈을 실력자로 뽑으며 “나이가 제일 어린데도 운동 신경이 좋더라. 형들이랑 경기해도 이기고, 선수들이랑 쳐도 점수를 냈다”고 칭찬했다.
비교적 운동 신경이 있다고 자부했던 이재인은 “한세윤을 연기하며 큰코다쳤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나마 자신 있던 체력 덕에 버틸 수 있는 고된 일정이었다. 그러면서 “정정영 감독님과 김동령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이름을 또박또박 언급하며 강조했다. 현장에서 조언해준 감독과 코치 덕에 훌륭한 장면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처음엔 진짜 못 했는데, 여기까지 온 건 다 그분들의 지도 덕”이라며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했다.
“첫 경기 촬영을 할 때, 서브 넣는 것만 세 시간을 찍었어요. 그렇게 노력한 만큼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왔죠. 공들여 찍은 장면들이 정말 많아요.”
현역 선수들이 예시를 보여주고, 배우들은 선수들의 폼을 따라 연기했다. 대역 없는 촬영에 긴장도 많이 했지만, 진짜 선수의 느낌을 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차차 익숙해지면서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쳐야 멋있게 나오는지도 계산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경기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뉴질랜드 국제 경기다. “제일 열심히 찍고 힘들었던 장면이었다”고 밝힌 그는 “처음으로 국제 경기를 촬영하는 신이기도 했고, 나만 하는 경기라 쉴 틈이 없었다. 하루 바짝 경기를 촬영했고, 랠리가 길고 화려한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JTBC ‘언더커버’와 영화 ‘발신제한’, 그리고 ‘라켓소년단’까지. 그 누구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이재인은 “작품마다 하나씩은 얻어가고 있다. ‘발신제한’은 좁은 차 안에서 연기하기도 했고, 긴 시간을 하루로 표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언더커버’에서는 밝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처음 도전해봤다. 생활연기를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라켓소년단’은 또래 배우들에게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함께 경기하고 관중석에 앉아 목청 높여 응원하면서 어울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힐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나아가 ‘무공해 드라마’라는 표현에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시청률을 비롯해 수많은 호평이 ‘라켓소년단’을 에워쌌다. 이재인은 “새로운 도전과 함께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어린 배우들의 도전도 특별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라켓소년단’은 열여덟 이재인이 기록된 작품이다. 그는 “학생 같은 모습도, 여러 추억도 담겨있다. 내게 ‘타임캡슐’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또래 배우들과 장기간 어울리며 마치 학교에 다니는 기분을 느꼈다고. 그래서 마지막 촬영 날도 졸업식을 하는 기분을 느끼며 배우들이 모두 엉엉 울었다고 했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겪으며 고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을 하죠.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때라는 생각에 그 고비를 잘 넘었으면 좋겠어요. 노력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도 들죠. 지금은 배울 단계 같아요. 다양한 작품과 만나고 경험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이재인은 “드라마는 시청자분들이 봐주시면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라켓소년단’을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우리가 만든 노력과 추억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좋은 평을 남겨주시는 걸 보면서 따듯함을 느꼈다. 같이 기억할 수 있는 드라마로 남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놨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브이컴퍼니,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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