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비우고 실력은 채운…고영표 “특별하다고 생각 안해요”

 

[스포츠월드=인천 이혜진 기자] 머리는 비우고 실력은 채웠다.

 

고영표(30·KT)가 승리를 노래한다.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5승(2패)째를 챙겼다. 이로써 KT는 시즌 28승(23패)째를 챙기며 선두 SSG(29승22패)와의 격차를 1경기로 좁혔다. 더욱 치열한 순위경쟁을 예고했다. 고영표는 “주중 첫 경기부터 승리해 기분 좋다. 올 시즌 첫 무실점 경기라 기쁨이 두 배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영표의 강점 중 하나는 이닝이터 면모다. 나갔다 하면 기본 6이닝이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차례도 6회 전에 내려오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만 벌써 9차례. 전체 1위다. 고영표는 “사실 시즌 초엔 자신감이 많지 않았다.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최근엔 제 폼이 좀 올라온 것 같다. 최대한 공격적으로 피칭했던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영표는 이날 6회까지 버텼음에도 투구 수 95개에 불과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치르는 첫 시즌이다. 아직 절반도 치르지 않았지만 군 복무 전보다 페이스가 훨씬 좋다. 멘탈적으로 한층 단단해졌다. 고영표는 “스스로 올 시즌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다. 공백기도 있으니 부상에 조심하려 했다”면서 “공에 무게를 싣는 데 중점을 뒀다.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구위가 약해지면 많이 맞아 나간다. 기술적으로 생각했던 부분과 정신적인 것들이 잘 맞아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머리를 비웠던 것도 큰 힘이 됐다. 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시즌이 끝났을 때 어떤 위치에 있고 싶다고 미리 그려보기보다는 매 경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고영표는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고영표는 “그저 야구선수 중 한 명, 선발투수 중 한 명이라고 여긴다. 경기 도중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려 하고 컨트롤 하려 노력했던 부분이 원동력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내심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도 욕심이 날 터. 수장인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 선수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고)영표는 제구가 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선발과 중간 모두 가능하다. 분명한 이점이 있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고영표 역시 “내보내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 올림픽엔 아무래도 아시아 선수보다 남미, 북미 쪽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기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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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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