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 30일 ‘2020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이 한창일 때 박찬호(25KIA)는 홈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운동 삼매경이었다. 그런데 운동을 마치고 휴대폰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동갑내기 친구 심우준(25KT)이 도루왕을 수상한 뒤 “'네가 받는 것을 나도 받을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기 때문. 지인으로부터 해당 소식을 전해들은 박찬호는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1995년생 유격수 박찬호와 심우준은 ‘절친’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다. 고교 시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를 함께 지내며 가까진 둘은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도 함께 마른 침을 삼켰다. 김하성(키움)은 서로가 시쳇말로 ‘신계’라 일컫는 동기생. 그 다음 주자를 두고 둘이서 몇 달째 티격태격이다. 올해 스프링캠프 출국장에서도 박찬호와 심우준은 “하성이는 논외고 우리 둘은 동급이다. 그 중에선 내가 한 수 위”라고 말했었다.
공교롭게도 둘의 경쟁은 이번에도 무승부로 끝났다. 박찬호는 지난해 39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고, 심우준 역시 올해 35도루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같은 포지션 도루왕으로 1승1패 무승부가 됐지만 친구의 수상 소식에 축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박찬호는 “우준이가 시상식을 마치고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도 친구가 타이틀을 따내서 정말 축하하고 싶었다”면서 “비시즌동안 서로 훈련을 열심히 해서 다른 타이틀을 두고도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쟁심리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하성이 미국 메이저리그(ML) 진출을 선언하면서 동갑내기 유격수 경쟁은 이제 둘 뿐이다. 유격수로서 새로운 경쟁을 앞둔 상대인 만큼 앞서나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올 시즌 부진을 털어내고자 근육으로만 체중 7~8㎏ 증대라는 목표를 세워 도전하고 있다. 이상적인 수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더해 현실로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수비에 대한 자부심도 비시즌에 더 갈고 닦겠다는 계획이다.
박찬호는 “우준이는 도루왕이 되기 전부터 발이 정말 빨랐다. 수비가 특히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올해 실책 홀더”라고 말을 흐리면서도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해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언젠가 나와 우준이가 꼭 1, 2등 유격수를 두고 겨뤘으면 좋겠다. 물론 1등은 내 차지고 2위가 우준이다”라며 웃었다. 동갑내기 친구의 티격태격은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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