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자 이명기의 짭짤한 맛…NC 매운 야구의 필승 양념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남들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홈런은 없다. 승리의 주역으로 꼽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신 동료의 홈런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앞에서 양념을 치는 건 오롯이 이명기(33·NC)의 몫이다. 홈런에 홈런으로 응수하는 NC의 매운 야구, 그 안에는 항상 이명기라는 양념이 배어있다.

 

 이명기는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 홈경기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 1득점도 개인 기록에 보탰다. NC는 KT를 12-8로 꺾고 59승(3무38패)째를 신고했다.

 

 이날 양 팀 합산 홈런만 7개가 터져나왔다. 애런 알테어의 만루홈런을 시작으로 NC와 KT가 한 차례씩 홈런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홈런으로 점수를 벌리면 다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승부의 연속. 나성범, 양의지 등 팀에서 ‘장타’를 담당하는 선수들은 모두 대포를 쐈다. 결론적으로 NC는 타격으로 KT에 맞불을 놨고, 손맛으로 승리까지 챙겼다.

 

 그런데 과정을 살펴보면 이명기가 눈에 띈다. 5-4로 역전한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이명기는 상대 선발 김민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김민수는 그대로 강판됐다.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바뀐 투수 이대은에게 2루타를 쳤다. 나성범의 투런포에 홈까지 밟으면서 득점. 홈런을 맞은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시작과 끝에서 상대를 괴롭힌 건 이명기였다.

 이명기는 항상 눈에 띄지 않는다. 8월에만 타율 0.414(87타수36안타)을 기록하면서 월간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선정됐지만 이명기의 활약에 대한 관심도는 다른 후보에 비해 떨어졌다. 양의지, 박민우, 나성범, 박석민 등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에도 라인업에서 자리를 지킨 이 역시 이명기. 베테랑으로서 쉬어갈 법도 한데 무더위 속에 선발로 나서면서 수비까지 모두 소화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항상 이명기를 ‘소금 같은 사람’이라고 칭한다. 익숙함에 취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선수단 내에서 이명기의 존재감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베테랑으로서 여전히 테이블세터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경쟁상대가 어려서가 아니라 경쟁자보다 능력이 여전히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통산 3할 타자 이명기는 지금도 매일 숙소에서 상대 투수 영상 분석으로 밤잠을 설친다. NC의 홈런야구, 자세히 보면 그 앞에는 항상 이명기가 서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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