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현실적인 남주리는 시청자를 움직였다. ‘나 같은’ 남주리의 질투에 공감했고, ‘나였다면’ 어땠을까 주리의 상황에 몰입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규영은 그렇게 시청자와 함께 울고 웃었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문영(서예지)의 힐링 로맨스를 그렸다.
남주리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직장에서는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동료들을 대했고, 집에 들어와서는 투정부리는 딸이 됐다. 짝사랑도 순탄치 않았다. 술에 취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변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다.

종영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박규영은 “16회 방송이 길 줄 알았는데 너무 금방 끝나버렸다. 아직 종영을 실감 못 하고 있다”라고 입을 떼며 “조금은 독특한 드라마, 강한 캐릭터 속에서도 남주리를 기억해주고 사랑해주신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처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마주했을 때 주인공이 선(善)하지 않다는 설정부터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박규영. 그는 “주인공 외의 캐릭터들도 모두 트라우마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그 아픔을 치유하고, 누군가와 다르다는 것이 마냥 이상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줘서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박규영은 정신 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았다. 간호사로서 프로답지만, 사랑에서는 한없이 서툴고 순수한 인물. 사랑도 우정도 성숙해지는 남주리의 성장이 큰 공감을 안겼다.
평범한 것 같지만,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 박규영이 바라본 남주리는 이런 인물이었다. 남주리를 마주하자마자 자신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박규영의 모습 중 남주리와 닮은 부분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시놉시스 상 남주리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백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물밑으로는 무한의 발길질을 하는 오리. “평소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설명을 보고) 정말 많이 공감됐다. 내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하고 성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배우 박규영에게 여러모로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단막극을 제외한다면 첫 ‘주연’ 타이틀을 달았다. 전작을 눈여겨본 박신우 감독의 제안으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남주리 캐릭터를 제안해주셨어요. 누군가 내게 캐릭터를 맡겨주신다는 게 기분 좋았죠. 감독님께서 첫 만남에서 ’주리가 특별한 것 없이 조금은 평면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캐릭터를 잘 살려줄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작발표회에서도 말씀해 주셨어요. 가장 현실적인 남주리 캐릭터를 일상과 연기의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살려줄 것 같았다고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촬영 현장에서 박신우 감독이 박규영에게 건넨 조언이었다. 남주리를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감독은 전적으로 박규영을 믿고 맡겼다. 그는 “다양한 주리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주리의 서사 안에서 믿어주시는 만큼 표현하고자 했다. 믿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라고 박 감독을 향한 인사를 남겼다.
남주리는 동향의 문강태와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고, 조심스레 그를 향한 마음을 키웠다. 하지만 언제나 ‘철벽’인 강태에게 상처도 받았다. 그러던 중 고문영과 나타난 이상인(김주헌)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저는 사실은 주리처럼 그렇게 해바라기 같은 짝사랑은 못 할 것 같아요. 호감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짝사랑은 못 해요. 저는 무조건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주리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주리는 항상 강태에게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은 감정을 가져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기댈 구석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상인 대표님이 나타났고, 누군가 나를 안아주려고 하니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리와 상인은 두근거리는 엔딩을 맞았다. 조심스레 새끼손가락을 포갠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박규영은 “그 정도의 묘사가 서로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손이 닿았는데 편안한 두 사람의 모습에서 마음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주리의 뒷 이야기도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신우 감독의 섬세함을 느낀 것도 이 장면에서였다. ‘새끼손가락을 잡는다’라는 글을 잡는 것보단 닿는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시선도 ‘나노 단위’로 쪼개서 디렉팅했다고. 박규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감독님이 역시 ‘로맨스 장인’이시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웃어 보였다.
연기할 때마다 박규영 안의 모습을 꺼내 캐릭터를 채운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지율, ‘제3의 매력’의 리원,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주리까지 각자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내 안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라고 답한 그는 “여러 모습을 꺼내서 표현하고자 한다. 나를 녹여보거나,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리가 병원 사람들을 대할 때와 편한 사람들을 대할 때가 달라요. 그게 현실적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죠. 문영이와 만났을 때는 모멸감도 느껴졌거든요. 감독님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고, 너무 이중인격 같아 보일까 무서운데 괜찮을까도 여쭤봤어요. (웃음) 무던하게 했다면 평면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장면 이후로 주리를 봐주시는 시청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박규영은 “우리 모두 다중인격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항상 행복하고 기쁜 감정만 느끼는 것은 아니니까. 참는 사람에게도 분출할 구석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 박규영은 어떤 성격인지 묻자 “생각보다 여리고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의 의도치 않은 행동이나 말에 영향을 받은 거 같다”는 그는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안으로 담아두는 것 같다. 조심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런 면에서 주리의 사회생활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짚었다.

대학 생활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처음엔 ‘재미있겠다’라는 호기심이 앞섰지만, 시작해보니 그 생각이 어리석게 느껴질 만큼 고민할 지점도 많고 치열한 것이 배우 생활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부딪히다 보니 나도 잘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텍스트가 내 표현에 따라 다양해지는 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밝힌 박규영. 목소리, 표정 등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상대방과의 호흡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연기의 재미다.
2016년 데뷔해 벌써 데뷔 5년 차 배우가 됐다. 박규영은 데뷔 이후 JTBC ‘솔로몬의 위증’(2016),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제3의 매력’(2018),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SBS ‘녹두꽃’(2019) 등 굵직한 작품으로 얼굴을 알렸다.
비교적 안정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려왔다. 박규영은 “누군가는 5년 만에 ‘드디어’라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안정적이라 이야기한다”면서 “사실 그 속도도 잘 모르겠다. 빛을 보는 건지 아닌지 그런 생각도 없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재밌게 연기할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라고 소신을 내비쳤다.
인터뷰를 통해 박규영은 대학 마지막 학기의 수강신청을 막 끝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 중에 대학 수업을 병행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덧붙였다. 이수해야 할 출석 시간, 과제, 시험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잠을 줄여가며 학업에도 연기에도 충실했다고.
“촬영장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대기 시간에 수업을 들었죠. 집에 오면 과제 하느라 바빴고요. (웃음) 졸업하고 나면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세 과목만 들으면 드디어 졸업할 수 있어요. 마지막 학기니까,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아직 ‘본격 로맨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그에게 로맨스 작품의 출연은 꽤 진심이 담긴 희망 사항이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차은호(이종석)에게 사랑받는 강단이(이나영)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면서 강단이처럼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길 소망했다.
박규영은 스케치북 같은 배우가 되길 꿈꾼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촬영하며 더 굳게 다짐한 목표다. 그는 “흰색 스케치북에 색을 칠하고, 넘기고 또 넘기면 그게 한 권이 되고 두 권이 된다. 다양한 색을 그리면서, 다음엔 무슨 색을 그릴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2020년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의 촬영도 마쳤다. 끝으로 박규영은 새로운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베이스를 연주하는 윤지수를 맡았다”라고 설명했다. 생존본능이 강하고 걸크러쉬한 매력을 소유한 캐릭터. “남주리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것 같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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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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