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의 클래식음악속 인문학] TOM (Top Of Mind)

 

마케팅 리서치. 특히 브랜드 인지도나 광고선호도 조사를 할 때 중요시되는 항목 중 최초상기인지도(Top Of Mind, 이하 TOM)이 있다. ‘00을 아십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고, ‘제품군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이라고 물어봤을 때 ‘OO이요‘라고 답이 나오는 것을 TOM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중에서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소나타’라고 답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TOM은 ‘소나타’가 되는 것이고, 영문 그대로 그 사람의 마음속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그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이 되었고 마케팅 활동이 제대로 됐다는 방증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람들의 마음속에 TOM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가끔 생각해보면, 우선 가족의 카테고리에서는 ‘어머니’가 TOM일 수도 있을 것이다.(아들들은 다 그런가 보다)

 

그리고 음악의 카테고리에서 ‘마태수난곡 중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필자의 머릿속에 있는 TOM은 ‘존 엘리엇 가디너 경’이 1989년에 지휘한 아르히브 발매 음반이다.

 

그것은 소장 중인 마태수난곡중 가장 먼저 구매했기에 첫 번째 인상(First Impression)이 강한 것 일 수도 있다. 멩겔베르크나 오토클렘페러처럼 너무 웅장하지도, 느리지도 않으며, 신세대 연주자들인 '리프킨'이나 '존 버트'같이 빠르지도 너무 단촐 하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과 아름다운 감성에 깊이 공감한다.(필자는 아르농쿠르 이후 필립 헤르베헤같은 사람들의 지휘 템포를 좋아한다.)

 

이 음반을 들을 때 ‘과연 바흐라면 이 연주를 좋아했을까‘라고 작곡자의 입장 또는 그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볼 때, ’늘 성가대원들과 기악파트의 연습에 골머리를 썩이던 바흐가 이 정도라면 만족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억측인지는 모르겠다. 또 한 번 억지를 부려서 ‘정신없이 바쁘고 항상 시간에 쫓기던 원곡자 요한 세바스찬 바흐보다 더 잘 해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의(가디너) 신실한 신앙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끈질긴 노력은 그를 음악가로 뿐만 아닌 한 사람 으로써도 많은 교훈을 준다. 가디너의 개인 음반 레이블인 S.D.G는 (Soli Deo Gloria) 주님께 찬양이란 뜻의 라틴어로 바흐의 악보 상단에 항상 들어가는 약자이다. 가디너가 바흐 칸타타 전곡(200곡)을 녹음 하던도중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유니버셜 레이블 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자 2005년, 후원자들의 도움과 자비를 들여 전곡 완성을 목표로 만들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고, 듣고 싶은 ‘마태수난곡’은 언제나 ‘가디너’의 음반이다.

 

일 년중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가장 많이 듣는 시즌은 성,금요일을 포함한 부활절 주간이다. 하지만 이번 부활주간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 연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맞는 초유의 부활절은 ‘1인 방구석 음악회 - 가디너의 마태수난곡 전곡 감상회’로 대신한다.

 

 

▲이 녹음에서의 독창자들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마태 수난곡

 

존 앨리엇 가디너(1989, 아르히브 3cd)

- 몬테베르디 합창단, 런던 오라토리 주니어 합창단,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트

 

독창진: 에반겔리스트 - 안소니 롤프 존슨,

예수 - 안드레아스 슈미트,

소프라노 - 바바라 보니,앤 모노요스,

앨토 - 마이클 챈스, 안 소피 폰 오터,

테너 - 하워드 크룩,

베이스 - 올라프 베어, 코넬리우스 하우프트만

 

 

문화해설위원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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