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은 1일, 만우절로 시작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개학해서 한 달 정도 된 그즈음, 한반 학생들이 합심해서 선생님 골탕 먹이는 계획을 짜면서 더 친해지기도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여러분은 학창시절 만우절에 어떤 집단 거짓말을 해보셨는지요. 저는요… 선배들과 협업으로 반을 바꿔서 앉았던 기억도 있고요. 소소하게 시간표 액자를 뒤집어 놓는다거나 반 전체가 책상을 거꾸로 해서 뒤를 바라보고 선생님을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아, 선생님 음료수에 설사약을 넣어서 (보통 숙련된 샘들은 안 드시지만) 순진했던 그 선생님의 이후 수업 학급들 자습으로 수지맞았던 기억도 있네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저의 만우절은 중2 때 일입니다. 그 해는 안타깝게도 4월 1일이 일요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섭섭해서 저희는 2일 월요일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때마침 월요일에 가사 시간이 있었는데요. 그 선생님 스타일이 꼭 종 쳐도 수업 늦게까지 더하시고, 학생들 이해 못 해주시고. 기타 등등. 그래서 저희 타깃이 되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가짜 종소리로 수업 시간 당기기. 일단 종소리를 구해야 하는데요. 그 당시 파일이 있겠습니까, 스마트 폰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영어 수업에 사용하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해서 종소리를 녹음하기로 했습니다. 녹음할 때 다른 소리가 들어가면 안 되겠죠. 마침 토요일에 아이들 모두 음악실로 이동한 틈을 타서 책상과 의자 놓고 올라가 스피커 바로 앞에서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날 스피커 바로 아래 앉은 학생이 수업 종료 10분 전 종소리를 트는 것이죠. 물론 벽시계는 십분 더 가게 미리 돌려놓았고요. 음량이 아주 살짝 작은 듯했지만 계획은 대 성공이었습니다. ‘선생님 종쳤어요’라는 아이들의 추임새에 그분은 ‘알아, 알아’ 하시며 계속하셨거든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참 지나도 다른 반들이 조용하자 눈치채신 선생님이 대노하신 겁니다.
이후 ‘시간 도둑놈’이라는 질책과 함께 교무실로 끌려가 적은 반성문까지 종합세트로 이 사건은 저의 만우절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야 융통성 없는 고집불통 샘이라고 했습니다만 그 분은 진심으로 저희에게 정직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ㅎㅎ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도 이런 만우절 장난하는지 모르겠네요. 아 올해는 아직 학교도 못 가고 있군요. 아, 정말 가짜 뉴스더라도 전 세계 코로나 종식이라는 뉴스를 만나고 싶은 만우절이었습니다.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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