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대학생의 연애사를 다룬 ‘연플리’ 시리즈로, 스픽이지바를 배경으로 한 ‘엑스엑스’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이렇듯 이슬 작가는 우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들이 작품을 소재로 웹드라마계를 평정했다.
최근 네이버 V오리지널, 유튜브 등과 MBC를 통해 방송된 ‘엑스엑스(XX)’는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스픽이지바(Speakeasy bar : 쉽게 찾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숨긴 스타일의 바) ‘XX’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나나(안희연)와 이루미(황승언)을 주축으로 사랑과 우정을 두고 짜릿한 전개를 펼쳤고,, 바람·배신·복수를 경험하며 인간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호평받았다.
‘엑스엑스’를 집필한 이슬 작가는 전작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리즈, ‘이런 꽃 같은 엔딩’ 등 대세 웹드라마를 집필한 장본인이다. 스포츠월드는 최근 이슬 작가와 만나 ‘엑스엑스’, 그리고 그의 웹드라마 전반에 관해 이야기했다.
2017년 3월, 5분 내외의 ‘연플리’로 시작해 2020년 30분가량의 ‘엑스엑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5분 이하의 ‘숏폼’ 콘텐츠에서 러닝타임(상영 길이)이 늘어난 ‘미드폼’ 콘텐츠의 성공 사례를 제시한 것. 그렇지만 ‘미드폼’을 고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작가는 “웹드라마 소비층은 여전히 견고하게 존재한다. 길이가 길어지면 싫어하는 시청자도 있다”면서 “(사내) 팀마다 목표가 다르다. 어떤 팀은 10분에서 15분, 그 이상의 길이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이 작가가 미드폼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새로운 도전과 소재의 다양성 때문이다.
“저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도전해봐야 어떤 방식이 통하는지 배울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타겟도 넓히고, 플랫폼도 다양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적 한계예요. 소재가 다양해지다 보니 일상 공감형 소재가 아니라면 10∼20분 안에 담기 부족한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갈등이 심해지고 몰입이 필요할 경우 자연스레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죠.”

‘엑스엑스’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각화된 시청자의 구미를 잡아당겼다. 네이버 V오리지널에서 선공개를, 금요일엔 ‘나 혼자 산다’ 후 MBC를 통해 방송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시청도 가능했다. 다채널, 다플랫폼의 시대가 됐고, 재밌는 콘텐츠라면 채널에 관계없이 찾아와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이 작가의 자신감이 가미된 전략이었다.
“‘연플리’를 시작할 때는 가장 핫한 플랫폼이 페이스북이었어요. 긴 영상을 전혀 소비하지 않는 페이스북에 맞추다 보니 5분짜리 영상을 제작했죠. 유튜브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길이감 있는 영상도 기꺼이 소비하고자 하는 시청자가 많아졌죠. 그에 맞춰 15분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었고, 작품은 자연스럽게 길어졌어요.”
야심한 시각 지상파를 통해 방송됐지만 결과도 좋았다. 방송 4주차 최고 시청률은 3.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플레이리스트 내에서는 ‘웹드라마로 방송에 진출했다’ 보단 ‘미드폼의 성공적 진출’이라고 평가했다. 1020 세대뿐 아니라 30대 시청자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됐다.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 흔히 모바일로 시청하는 웹드라마와 달리 TV의 큰 화면은 몰입감이 필요했다. 20분 내외의 영상은 짧게 느껴질 법했다. 기존 시청자가 익숙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시간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고, 그렇게 30분짜리 2회 분량이 더해져 지상파 방송용 한 회차가 탄생했다.

‘연플리’ 등 웹드라마를 통해 젊은층에 먼저 얼굴을 알린 배우들이 많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백경(이재욱)의 동생 백준현 역으로 출연한 배현성도 ‘연플리’ 애청자들에게는 낯익은 얼굴이다. ‘연플리’ 정지원 역의 배우 정신혜는 젊은 세대가 먼저 알아보는 배우가 됐다. 타겟 시청자의 적극성은 배우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된다. 이 작가는 “첫 작품이 웹드라마인 배우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스태프와 더 끈끈한 관계가 된다. 애착이 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보석 같은 신인을 발굴했다는 뿌듯함보단 ‘더 나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다짐이 앞선다. “제가 쓴 작품에 출연해 잘 됐다는 생각보단, 그들과 한 번 더 작업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선택해주는 배우를 보는 게 좋아요. 배우가 함께하고 싶은 작가, 그래야 다음 단계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이슬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과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심을 작품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참 좋아했다”는 그는 “야구를 소재로 해 더 좋았다”라고 답했다. 힘든 시절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보면서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 방탄소년단에 관해선 책을 찾아 읽을 정도다. “개인적인 걸 끝까지 놓지 않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좋다”면서 “콘텐츠를 만들 때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작품 간의 ‘세계관’ 연결도 눈에 띈다. ‘엑스엑스’의 특별판을 통해 ‘연플리’의 강윤(박정우)이 정든의 향수 공방을 찾아와 화제가 됐다. 지난해 종영 이후 ‘연플리’를 기다려 온 시청자에겐 큰 선물이 됐다. 이렇듯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하는 모든 작품은 세계관을 염두에 뒀다. 이 작가는 “주 무대가 서연대학교, 서연고등학교, 레반컴퍼니 등”이라고 소개했다. “세계관을 알아서 짜 주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라며 웃어 보였다.
“로코를 쓰는 이유는 제가 잘 쓰기 때문이에요. 잘할 수 있는 장르로 대박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죠.”
이슬 작가는 유독 ‘사랑’에 관한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연플리’도 ‘엑스엑스’도 결국 사랑으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결과로 입증된 그의 자신감 뒤에는 솔직한 답변이 덧붙었다. “로코를 잘 쓰지만 장르물은 못 써요.(웃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게 연애라고 생각하고, 제가 그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잘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특정한 코드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엔 말랑말랑하거나 울컥한 로맨스가 있을 거예요.”
4년간 부딪히면서 얻은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다. 그리고 시청자는 이슬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기다려준다. ‘이 작품을 보려고 일주일을 기다린다’, ‘인생의 낙이다’라는 댓글을 보면 힘든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금세 행복을 찾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을 견뎌낼 힘을 얻었던 자신처럼, 이 작가의 작품을 보는 시청자도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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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레이리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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