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비번인 날에도 잠실로 가야죠!”
야구팬들 사이에선 ‘승리요정’이라는 표현이 있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람할 때의 승률을 계산해 확률이 높으면 요정이라 불리는 식이다. 매 경기 참석이 아닌 일정대로 움직이는 응원단 사이에서도 같은 표현이 존재한다. 두산 서현숙, 이나경 치어리더는 “연장을 가거나 힘들게 이기더라도 올해만큼은 정말 승률이 좋았다. 내가 2019시즌 두산의 승리요정”이라고 서로 자부한다.
서현숙, 이나경 치어리더는 야구를 비롯해 농구, 축구, 배구 등 계절별 주요 스포츠 응원단으로 활동한다. 여러 종목 중에서도 야구, 특히 두산에 대한 애정이 크다. 두산 야구만큼은 감정의 곡선을 그대로 경험한다. 둘은 두산 응원단 중에서도 이른바 ‘승리요정’이라 불리는 덕에 시간이 나면 무조건 응원석을 찾아 경기를 관람한다.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가을야구에서 승리를 챙기는 장면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 비번인 날에도 사복 차림으로 종종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 9월 30일 두산이 NC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던 순간. 관중석에선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고 끝내기 안타까지 나온 순간 두산 응원단은 오열했다. 한때 9게임차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조금씩 삭제해 나가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고지를 점령한 마지막에야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서현숙 치어리더는 “점수가 나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울고 있더라. 옆에서 울면 더 울게 되지 않나. 그래서 감정조절이 안되더라”고 회상했다.
한국시리즈도 똑같았다. 두산이 한 번도 패하지 않고 4연승에 도달하는 과정까지 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았다. 1차전엔 다른 종목 응원을 마친 뒤 곧장 잠실야구장으로 향해 팬들과 마주했다. 시즌 내내 응원을 주도한 터라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팀을 향한 애정이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이나경은 “나는 어딜 가나 두산 치어리더라 불린다. 두산이란 팀이 나를 대변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서현숙도 “모든 구단이 다 좋은데 사실 두산은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팀이다. 그러다 보니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년만의 대권 탈환은 응원단에게도 벅찬 요소다. 2016시즌 한 차례 우승을 경험했던 서현숙은 “매번 이기던 팀이 갑자기 몇 번 우승을 놓치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싶었다. 나도 괜히 눈치가 보였는데 정말 두산답게 우승했다. 두산이 매력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나경은 “2017년 내가 두산에 처음 합류했을 땐 나 때문에 두산이 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얘기가 없더라. 우승까지 했으니 이제 나도 두산의 일원이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두산을 향한 두 치어리더의 뜨거운 애정은 선수단의 통합우승과 함께 빛난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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