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TV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개그를 주로 한 프로그램들이 전멸하다시피 하고 있다. 소재 고갈을 탓하며 뻔한 내용이 이어지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신랄한 정치 풍자를 보여줬던 예전의 패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회생 불가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최근 방송분(지난 1일)이 5.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9일 1000회를 맞이하면서 8.0%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개콘’이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2008년 20%대의 시청률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긴 침체기가 시작됐다. 급기야 2015년부터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오는 추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참신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몸 개그나 비하 개그가 통하지 않는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도전할 만한 부분은 많다. 이 연장선에서 정치 풍자가 사라진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이전 정권에서는 ‘대통형’이라는 코너로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해 풍자를 가하며 당돌하지만 재밌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최순실 사건, 반기문 대선 출마 포기, 트럼프 정권 출범 등의 이슈를 강력하고 신속하게 극사실주의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이후 이 같은 기세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특히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을 비롯해 한일관계 등 다양한 정치 경제적 이슈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좋은 풍자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풍부하지만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 정권에서는 레임덕(대통령의 임기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정권의 힘이 사라지는 것)을 이용하더니 이번 정권에서는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웃음코드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충분히 풍자할 만한 소재들이 차고 넘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과연 개그프로그램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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