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연기로 인생 2막"… ‘좋은 배우’ 꿈꾸는 김기리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전 국민의 웃음보를 자극했던 개그맨 김기리가 배우로 인생 2막을 연다. 개그와 예능 그리고 연기를 병행, 멀티테이너 김기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김기리는 2006년 KBS 25기 공개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코너로 얼굴을 알렸고, 2012년 KBS 연예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얻었다. 늘씬한 키에 훈훈한 외모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김기리는 예능으로 영역을 넓혔고, KBS 2TV ‘인간의 조건’을 비롯해 영화 프로그램인 ‘영화가 좋다’ 속 ‘친절한 기리씨’ 코너로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개그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한 개그맨’ 김기리로 시청자들은 기억했다.

 

그런 그가 연기에 눈을 떴다. 아니, 오랫동안 숨겨온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SBS ‘초인가족 2017’을 기점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대장금이 보고있다’, ‘왜그래 풍상씨’에 연이어 출연, 개그맨이 아닌 ‘배우 김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역할은 작았지만 김기리는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했다. 수년간 쌓은 개그감과 예능감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가 됐고,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연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김기리는 “최근 드라마 대본리딩을 했을 때 ‘9년차 개그맨 겸 신인 배우 김기리’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김기리는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꿨을까.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라고 말문을 연 김기리는 “개그맨 지망생 때부터 ‘언젠간 연기를 꼭 해야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개그맨이 연기한다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시대였고, 개그맨이 연기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에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스무살 때 개그를 하기 위해 대학로 개그 극단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극공연 조명 스태프 일을 맡게 됐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배우들이 너무 신기하고 부러웠다”며 “역할은 작아도 열정 만큼은 대단했다. 그들과 형, 동생으로 지내면서 연기를 배웠고, 시간 날 때마다 발성과 연기연습을 하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서서히 키우기 시작했다”고 배우가 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설명했다.

 

꿈을 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군 복무 시절에는 개그와 연기를 두고 고민도 많았다고. 김기리는 “연기에 대한 꿈이 컸지만 ‘연극영화과 출신들과의 경쟁에서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자신 없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꿨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를 수 없어 개그맨으로 먼저 데뷔했다”고 말했다. 또 김기리는 동료 개그맨들에게조차 연기에 대한 꿈을 쉽사리 밝히지 못했다고. 그는 “개그맨이 연기하겠다고 하면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연기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졌지만, 남몰래 속앓이하면서 지내야 했다. 그렇게 서른이 됐고, 더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기리는 2017년 SBS ‘초인가족 2017’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행복했고, 성취감도 상당했다. 그 과정에서 김기리는 선배 코미디언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임하룡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김기리는 “임하룡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심지어 본인의 실패담도 가감 없이 말해주셨다”면서 “연기하려면 자신을 낮추고, 가능한 많은 경험을 쌓아라”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고 강조했다.

 

또 김기리는 배우 지성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김기리는 “드라마 ‘딴따라’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지성씨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봐도 내 연기가 너무 어색했다. 폐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성씨께 조언을 부탁했고, 지성씨가 대사 하나하나 맞춰주면서 연기 디테일을 잡아줬다”며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연기가 점점 자연스러워졌는데, 마지막에 지성씨가 ‘이 일을 쭉 해도 되겠는데요?’라는 말을 해주더라. 그때 연기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지성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렇게 김기리는 한 작품, 한 작품 허투루 연기하지 않고 연기에 임했고, 어느덧 ‘배우’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릴 만큼 좋은 연기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선 계상기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전 국민의 웃음보를 자극한 김기리. 욕심부리지 않고 한계단 한계단 성장했기에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김기리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좋은 배우’가 바로 그것. 김기리는 “좋은 사람의 기준에 착한 사람도 있지만, 배려심이 깊은 사람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연기 활동을 하면서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은 물론 시청자까지 배려할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좋은 배우 김기리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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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앤원스타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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