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인터뷰] 초보 조인성 코치, “포수는 희생, 희생, 희생!”

[스포츠월드=미야자키 권기범 기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조인성(43)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제는 어느덧 ‘D’ 마크가 익숙해졌다. 어엿한 1군 배터리 코치로 스프링캠프의 일원이다. 조인성 코치는 활기찼다. 불펜 피칭을 할 때는 “파이팅!”을 어김없이 외치고, 다 같이 그라운드를 정리할 때는 빠르게 뛰어나가 함께 한다. 조 코치로 불리는 일은 이제 어색하지 않다.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조인성 코치를 만났다.

◆옆집 유니폼을 입다니…상상도 못했던 현실

두산은 겨우내 큰 변화를 겪었다. 그 중 코칭스태프 개편을 빼놓을 수 없다. 한용덕 수석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이동하면서 전형도, 강인권(배터리) 코치도 데려갔다. 김태형 감독은 전화를 걸어 “함께 하자”고 말했고 조인성은 흔쾌히 “알겠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도자 생활을 두산 1군 배터리 코치라는 막중한 자리로 시작했다.

조인성은 LG 색깔이 강한 선수다. 2011시즌 후 FA를 통해 SK로 이적했고 2014년 6월에는 트레이드로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대전에서 4년을 보낸 뒤 지난해 은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1998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2011년까지 14년을 잠실에서 보냈다.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앉아쏴’는 조인성의 이미지다.

두산은 생소하다. 선수들은 물론 프런트까지도 그렇게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다. 김태룡 단장 정도가 목례로 인사를 하며 지낸 사이다.

김태형 감독이 단 한가지 이유다. 김 감독과 조인성은 SK 시절 연을 맺고 정을 쌓았다. 조인성은 김 감독이 롤모델이라고 단언했다. 조인성은 “20년 선수생활 하면서 많은 감독, 코치님들과 함께 했는데 SK 때 가장 즐겁게 선수생활을 했다”며 “개인적인 롤모델이다. 결단력이 있고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가 있어서 팀을 이끄는데 큰 장점인 분”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서 은퇴 후 다른 팀에서 계약제의를 했고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을 때 조인성은 김태형 감독을 믿고 지도자 생활을 결정했다.

◆강팀은 이유가 있었다

조인성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 처음 두산에 합류했다. 한 달 동안 지켜보며 깜짝 놀랐다. 자율이라는 분위기를 실제로 느껴봤다. 코치들이 스케줄을 짜면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코치들은 그 과정을 도와주고 조언을 해주면 된다. 조인성 코치는 “다들 개인기량이 특출하다. 특히 자만이 아닌 자신감에 넘쳐있다”며 “더욱이 항상 실전 같은 살아있는 연습을 한다. 훈련 중에도 자유롭게 야구 얘기를 하면서 노력한다. 왜 두산이 강팀인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해주고 싶은 노하우 ‘희생’

조인성은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였다. 프로 20년 통산 1948경기에서 타율 0.252 1348안타 186홈런 801타점 576득점을 기록했다. 세 차례의 FA 계약, 또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때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2차 예선까지 오랜동안 국가대표 포수로 활약했다. 그 경험에 담겨있는 노하우는 엄청나다.

조인성 코치는 배터리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포수 리드론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투수의 제구가 일정해야 포수의 볼배합 등이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조 코치는 선을 그었다. 전제조건이 투수의 제구지만 현실적으로 리그 톱 투수의 제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기서 포수의 종합적인 능력이 발휘된다는 게 조 코치의 지론이다.

조 코치는 “투수가 원하는 코스에 던져준다면 최고지만 그렇지 못하다. 순간마다 투수의 컨디션, 타자의 컨디션, 그라운드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인을 내야한다”며 “그래서 투수와 포수의 신뢰와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볼배합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낸다. 상대 타자의 약점 및 투수의 제구불안까지 범주에 넣고 감안한 선택,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일종의 확률게임인 셈이다.

그리고 조 코치는 그 노하우의 기본정신을 두산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려고 한다. 조 코치는 “포수는 첫째도 희생, 둘째도 희생, 셋째도 희생이다. 그 정신을 깔고 가야한다”며 “후배들이 최대한 건강하고 오래 현역생활을 하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조 코치는 “바로 1군 코치가 돼 지금도 부담이고 앞으로도 걱정이다. 경기에서도 상황에 따라 막히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숙제”라며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을 선배 코치님들께 조언을 구하며 배우겠다”고 웃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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