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롯기는 LG, 롯데, KIA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다. 이제는 프로야구에서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단어지만, 그동안 당사자들에겐 썩 달갑지 않은 말이기도 했다. 많은 팬을 보유하고도 저조한 성적으로 기나긴 암흑기를 거쳤다는 유사점이 배어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세 팀이 함께 포스트시즌을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회가 왔다. 아직 초반이긴 하나 상승세를 타며 나란히 2위(6승2패)에 올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세 팀의 공통점은 ‘선발야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10일 현재 세 팀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KIA 1.93(2위), 롯데 2.05(3위), LG 2.23(4위)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KIA는 퀄리티스타트만 6번을 기록했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4경기나 됐다. 득점권 타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롯데가 0.375로 가장 높고, KIA(0.310)와 LG(0.300)가 각각 3위,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전부 3할 이상이다. 점수를 내야 할 때 내줬다는 의미다.
FA 대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대호(롯데·4년 150억원), 최형우(KIA·4년 100억원), 차우찬(LG·4년 95억원)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 몸값 1~3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활약은 단순히 화제성에 그치지 않았다. 특히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이대호는 8경기 타율 0.464(28타수 13안타) 3홈런 6타점 7득점을 기록, 사직구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차우찬도 첫 등판에서 6⅓이닝 6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며, 최형우도 개막 후 5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는 등 중심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엘롯기의 동반 상승은 KBO리그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KBO리그는 지난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올해는 그보다 5.4% 증가한 878만명에 도전한다. 세 팀이 시즌 내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목표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롯데 사직구장은 개막 이후 열린 5경기에서 8만2000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준 6만여 명 보다 36%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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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위에서부터) 이대호, 차우찬, 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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